김종인 "분열로 개헌저지? 어불성설"…安 "통합, 익숙한 실패의 길"
野 어두운 총선 전망도 반영…"與독주 막으려면 121석 확보해야" 의견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간 통합논쟁이 개헌저지선 확보를 위한 방법론 공방으로 번졌다.

야권 통합에 찬성하는 측도, 반대하는 측도 모두 개헌저지선인 101석 확보를 명분으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불을 지핀 것은 '통합불가론자'인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였다.

안 대표는 작년 연날 당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독자노선을 택한 직후부터 개헌저지선 확보를 4·13 총선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안 대표는 당시 '야권 분열= 총선 필패'라는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친노(친노무현계)계 주장에 맞서 "그냥 봉합해서 가면 개헌 저지선이 무너질 것이다.

무난하게 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근에는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안 대표의 이 같은 논리의 틀을 인용해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 안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지난 5일 전주 전북대에서 열린 '더더더 콘서트'에서 안 대표를 향해 "야권이 분열되면서 개헌저지선을 달성한다는 건 어불성설 같은 소리"라고 말했다.

통합론 대응을 두고 국민의당 내부가 파열음을 드러내는 과정에서도 '개헌저지선'은 지렛대 역할을 했다.

김한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7일 선거대책회의에서 "집권세력의 개헌선 확보를 막기 위해 우리 당은 그야말로 광야에서 모두가 죽어도 좋다는 식의 비장한 각오로 이번 총선에 임해야한다"면서 "통합적 국민저항체제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개헌저지선 확보와 통합적 국민저항체제 모두 안 대표가 먼저 주장한 것"이라며 "안 대표의 논리를 그대로 되풀이하면서 통합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에 개헌저지선을 내주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다"며 "국민의당 입장에서도 그건 대재앙"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저희들의 목표는 기존의 거대양당 고조를 깨는 일"이라면서 "퇴행적 새누리당에 개헌저지선이 무너지는 그런 결과를 국민께서 주시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무조건 통합으로 이기지 못한다.

이미 익숙한 실패의 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도 "기존 제1야당으로 되돌아간다면 개헌저지선 확보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 야당에서 탈피해 담대한 변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있어야만 전체 야권이 개헌저지선 이상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방은 개헌저지선 확보가 야권 전체에 갖는 상징적 의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재적 국회의원의 3분의 2인 200석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면,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현행 국회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물론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헌법을 고칠 권한을 갖게돼 야권의 존재감은 급격하게 쪼그라들게 된다.

반대로 이를 저지한다면 최소한의 견제세력으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에 치러진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당시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개헌저지선인 100석(당시는 재적의원수가 299명이었음)을 목표로 내건 바 있다.

동시에 이런 현상은 야권의 이번 총선 전망이 그만큼 어둡다는 증거라는 분석도 있다.

야권 관계자는 "야권이 현재 의석수 유지를 목표로 언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개헌저지선 외에 딱히 내걸만한 마지노선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 야당이 개헌저지선을 강조하는 이유 중에는 야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예상되는 책임론을 의식,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목표치를 낮게 잡는 '기대치 낮추기'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야당이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선 101석 이상이 아니라 최소한 121석 이상은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회선진화법에서 안건신속처리제도(패스트트랙)를 이용한 여당의 일방통행을 막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이 재적 의원 5분의 3(180석)을 차지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