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대학 다양해지고, 고졸·전문대졸 채용 늘어

공공기관에 능력중심채용을 도입했더니 취업준비생들이 토익 점수나 학점 등 '스펙'에만 매달리는 부작용이 크게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채용을 도입한 25개 공공기관 취업자 349명을 설문조사해 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취업자의 39.8%, 139명은 토익 등 영어점수를 보유하지 않았다.

이는 25개 공공기관 중 16곳이 NCS 기반 채용을 도입하면서 영어점수 제출 의무를 없앴기 때문에 가능했다.

NCS 기반 채용은 해당 직무의 상세한 내용과 평가기준을 선정, 미리 알려주고 그 기준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을 말한다.

학벌이나 학점 등 스펙을 따지지 않아 능력중심채용으로 일컬어진다.

실제로 영어점수를 제출하지 않은 139명 중 고졸과 전문대졸은 각각 27명, 50명에 달했다.

영어점수를 따지지 않고 직무능력만으로 채용했더니 고졸자, 전문대졸자의 합격이 크게 늘었다는 얘기다.

NCS 기반 채용에 대한 취업자들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출신학교 차별이 없다', '과도한 스펙을 요구하지 않는다' 등이 만족스러운 점으로 꼽혔다.

지난해 NCS 기반 채용을 도입한 30개 공공기관의 개별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능력중심채용의 긍정적인 영향은 드러났다.

남동발전은 신입사원 10명당 출신대학 분포가 2014년 3.7개에서 지난해 4.9개로 늘어났다.

신입사원의 출신대학이 그만큼 다양해졌다는 얘기다.

2014년 신입사원 중 고졸·전문대졸자가 한 명도 없었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 그 비중이 25%에 달했다.

신입사원들이 자신이 맡을 직무를 정확하게 알고 입사한 결과, 신입사원이 입사 후 1년도 못돼 퇴사하는 비율도 크게 낮아졌다.

서부발전의 신입사원 중도 퇴사율은 2014년 7.8%에서 지난해 1.5%로 낮아졌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중도 퇴사한 신입사원이 한 명도 없었다.

신입직원을 교육하는 데 필요한 기간도 크게 줄어 서부발전의 신입사원 직무교육기간은 2014년 33주에서 지난해 20주로 줄었다.

정부는 지난해 130개 공공기관에 능력중심채용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 100곳, 내년부터는 모든 공공기관에 NCS 기반 채용을 도입할 계획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방문해 능력중심채용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황 총리는 간담회에서 "능력중심채용은 청년과 기업은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상생의 채용시스템"이라며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중소기업을 위한 채용 컨설팅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