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언론들도 "北의 틀에 박힌 수사…핵탄두 탑재 능력 의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4일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쏠 수 있게 항시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미국 국방부는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평가 절하했다.

외신들도 북한의 핵탄두 탑재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보도된 뒤 AFP통신에 "(북한 핵 역량에 대한) 미국 정부의 평가는 바뀌지 않았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하는 실험이나 시연을 아직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우리 군은 필요할 경우 반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빌 어번 국방부 대변인은 "동맹국과 함께 한반도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북한은 긴장을 고조시킬 도발을 그만 두고 국제사회의 의무와 약속을 지키는 데 집중하라"고 촉구했다.

미국과 영국 등의 주요 언론들도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을 주요 긴급뉴스로 다루면서도 이 같은 발언이 북한의 '틀에 박힌' 수사라는 점과 실제로 북한이 핵탄두를 발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AP통신은 "북한은 과거에도 핵전쟁 위협을 가한 바 있으나 북한의 핵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며 "북한이 핵폭탄을 일부 보유한 것으로 보이지만 탄두를 소형화해 미사일에 탑재할 기술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과거에도 북한은 국제사회 압력에 대해 국내용으로 무시무시한 발언들을 한 적이 있다"며 "통제된 실험에서 핵무기를 폭발시킬 능력은 있으나 핵탄두를 미사일로 발사시킬 수 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고 꼬집었다.

CNN 역시 김 제1위원장의 발언을 홈페이지 머리기사로 전하면서 북한이 미사일을 대기권에 재진입시키는 실험이나 핵무기를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하는 실험을 한 적이 없음을 지적했다.

필립 윤 플라우셰어스펀드 사무총장은 CNN에 "김 위원장의 위협은 엄포처럼 들린다.

위협을 실행에 옮기려면 그럴 의지와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솔직히 말해 둘 다 없는 것 같다"며 이 발언이 국내용일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신형 대구경 방사포 시험사격을 현지지도하면서 "국가 방위를 위해 실전 배비한(배치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게 항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