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두 번째)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마친 뒤 동료 의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두 번째)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마친 뒤 동료 의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9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중단하기로 한 것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역풍’을 우려해서라고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지난 28일 국회로 넘긴 획정안은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더민주가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한 것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밤 긴급 비대위원회의에서 이종걸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를 이어가자는 입장이었으나 김 대표가 이쯤에서 필리버스터를 멈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김 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은 그동안 필리버스터 출구 전략을 찾기 위해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버스터가 당 지지층을 결집하고 토론자로 나선 의원들의 이름을 알리는 효과가 있었으나, 이 때문에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미룰 경우 총선이 예정대로 치러지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총선이 연기되면 야당이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필리버스터를 정회한 뒤 선거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새누리당에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이 때문에 더민주 지도부는 뚜렷한 출구를 찾지 못했다.

또 필리버스터를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시작했지만 토론자로 나선 의원들이 의제와 상관없는 발언을 하거나 ‘누가 오래 발언하나’를 놓고 경쟁하는 식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국회법을 어겼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전직) 국회 부의장, 상임위원장이 법적 근거 없이 (의장석에) 앉았을 때 (필리버스터는) 무효가 됐다. 무효 행위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정갑윤·이석현 부의장과 함께 7일째 이어진 필리버스터의 사회를 교대로 보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 전직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이 사회를 볼 수 있도록 제안해 더민주 소속 김영주 환경노동위원장,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 박병석 전 부의장 등이 사회를 봤다. 김 정책위 의장은 “당 대표,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이 부분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야당 의원들이 허위사실을 언급했다고 지적, 이들의 명단과 발언록을 정리해 명예훼손 혐의로 당 차원에서 고발하겠다고 했다. 김 정책위 의장은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여러분의 통화 내용을 전부 엿듣는다거나 카카오톡 대화를 전부 들여다본다는 허위사실을 너무 많이 유포해 국정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회의장에서 한 발언은 면책특권이 있어 법적으로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야당 의원들이 언론에 나와 허위사실을 너무 많이 유포하고 있기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당 차원에서 고발 조치하겠다”고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