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결의안 미·중 합의 소식에 "중국 조치 촉각"

"호재는 없고 악재만 자꾸 터져서 이젠 버티기가 정말 힘듭니다.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작금의 상황이 어서 지나가기만 바라는 심정입니다."

올들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라 한국정부가 북한의 돈줄 죄기에 나선 여파로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서 중국의 대북교역에 관여하는 교민들의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25일 단둥 교민 등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응징으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이어 중국 등 해외에서 진행 중인 대북 교역이 차단되면서 자칫 줄도산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민들은 북한의 핵실험이 국제사회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는 바람에 애꿎은 자신들이 고통받는다며 핵위기가 해소되기를 바랐다.

현재 단둥엔 1천명에 달하는 교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대부분 대북교역에 관여하거나 북한과의 무역 루트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단둥의 교민들은 2010년 천안함 피격 이후 5.24 조치로 남북교역이 중단되면서 의류 임가공과 해수산물 수입 등이 중단되자 중국 측 파트너와 합작하거나 대리인 명의를 내세워 교역에 관여했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마저도 불가능해지자 깊은 절망에 빠졌다.

교민들은 지난 10일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 이후 이달 말까지 대북 교역 절차를 모두 끊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중국 파트너와 합작에 의존해온 수백 명의 의류 및 액세서리 임가공업자들도 사업을 접을 판이다.

단둥의 한 의류 위탁가공업자는 "중국인 파트너와 합작을 통해 북한에서 봄·가을용 의류 수십만 장을 생산하려던 참인데 모든 물량이 단둥의 창고에 고스란히 묶이게 됐다"며 수억원 상당의 납품계약 물량을 날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기업이 중국 의류공장에 주문한 의류제품 상당량을 북한에서 임가공하는 것은 알만한 사람이 모두 아는 사실"이라며 북한인력의 가공비가 중국 인건비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원 서너명, 많아야 10여 명을 데리고 운영하는 영세업체 입장에서 교역차단이 몇 달간 계속된다면 줄도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산 생선과 조개 등을 수입하는 수산업자들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단둥의 모 수산업자는 "수년동안 노력 끝에 어렵사리 중국인 파트너와 북한 측 거래 상대를 확보해 간신히 교역을 진행했는데 모두 소용없게 됐다"면서 귀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한 보상 논의와 달리 교민들은 논의대상에서 비켜나 있다.

단둥의 한 한국인 무역상은 "개성공단의 경우 고정자산 등 가시적인 피해가 있으나 대리인을 통한 비공식적 대북교역은 아무런 표시가 안나 손실보상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단둥 한인회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 중인 대북 제재결의안 초안에 합의했다는 뉴스를 봤는데 중국이 곧 본격적인 제재에 동참할 듯하다"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국가 위기상황에서 교민도 기여하는게 마땅하겠지만 모든 것을 걸고 이국에서 분투하는 우리에 대한 배려와 지원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단둥<중국 랴오닝성>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realis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