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제8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제8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경제자문회의, '일자리 최우선' 정책 중점 추진 제안
노동개혁 추진 방식은 노사정 합의에서 전문가 중심으로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국정운영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24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7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는 거시경제 운용 방향을 기존의 성장률 중심에서 고용률 위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저성장 추세가 고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일자리 증대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사정 합의라는 틀 속에서 추진돼 온 기존 노동개혁 방식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는 등 정부의 경제정책에 일대 전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성장률' 중심에서 '고용률' 위주 경제정책 펴야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이날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 방안을 제시한 배경에는 그간 성장률 위주로만 펼쳐온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국민 체감도가 떨어지는 성장률 수치를 따지기보다 국민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나가는 일이 정책효과의 체감도를 훨씬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자문회의가 실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성과평가' 결과를 보면 많은 국민이 서비스산업 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일자리 만들기 정책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정부는 고용률이 정체된 이유가 서비스산업 등의 분야에서 혁신이 지체되는 데 있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64.4%를 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 고용률은 작년 65.7%까지 올랐지만, 2013년 기준 네덜란드(74.3%)나 독일(73.5%) 등 선진국에 비해선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네덜란드와 독일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산업 비중이 각각 75.9%, 68.4%로 한국(59.3%)보다 큰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인력의 수요공급 불일치(미스매치), 고령화와 정년연장 등 구조적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경직된 시장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문제라는 진단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해 들어 일자리 창출에 무게를 두고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연초 취임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앞으로 정부는 모든 정책의 초점을 일자리에 맞추겠다"고 천명했다.

이어 발표된 경기보완 대책, 투자활성화 대책 등 굵직한 정책들이 모두 고용 창출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이날 자문회의는 향후 경제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정부 정책을 일자리에 맞춰 재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6%에 머무르며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일자리 증가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자문회의는 정부가 현재 추진하는 노동개혁을 완성하고 서비스 산업을 제대로 키우면 총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잠재성장률을 1.25%포인트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노사정' 합의 중심 노동개혁서 탈피해야…교육개혁과 병행 추진 필요

정부가 경제정책을 성장률 중심에서 고용률(일자리) 중심으로 가져가기 위한 방법으로 자문회의가 제안한 것은 노동개혁 추진 방식의 전환이다.

노동개혁은 노사정 대타협에 기초를 뒀지만, 한국노총이 파기를 선언한 이후 정부는 독자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자문회의는 정부가 노사정 합의 중심의 노동개혁 방식에서 벗어나 전문가가 중심이 된 공익안을 마련하고, 이를 공론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개별 기업에서는 자동승진제 폐지, 노조의 협력사에 대한 임금공유제 제안 등 노사의 자체적 제도개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문회의는 청년, 비정규직의 이해관계를 노동개혁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개혁이 뒤따르지 않는 노동개혁은 실효성이 낮기 때문에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교육개혁도 더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동시장과 괴리된 교육으로 일자리 미스매치가 생겨 청년실업난이 가중됐고, 취학자녀로 인한 경력 단절 탓에 기혼여성 고용이 부진해지는 등 교육과 노동 문제는 하나의 몸체로 묶여 있다는 것이다.

자문회의는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을 동시에 추진하면 '자녀교육 부담 완화→기혼여성 노동시장 진출→맞벌이로 가구소득 증대→임금인상 요구 완화→청년 채용 확대'와 같은 선순환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청년과 여성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는 실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일자리 정책의 고용영향평가 의무화와 민간과의 협력 체계 강화가 제시됐다.

또 기업(사업자) 위주로 지급되는 고용보조금 지원을 근로자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 전문가들 "방향성 바람직…구체적 실행계획 보완해야"

전문가들은 일자리 중심의 국정 운영 강화라는 방향성이 제시된 데에 대해선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실행 계획을 더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3년 6월에 이미 '고용률 70% 로드맵'이 발표됐다"며 "이번 계획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나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고용 부진의 핵심 이유는 정규직 시장과 비정규직 시장이 양분돼 있고 비정규직에서 경험과 경력을 쌓더라도 더 좋은 일자리로 이동할 사다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청년들은 어떻게든 처음부터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3년, 5년 취업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 교수는 "현 교육제도로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첨단기술산업에 필요한 인재 양성이 어렵다"며 "K-move 정책도 워킹홀리데이 수준이 아니라 인재들이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중국, 인도 청년들과 경쟁하고 돌아와 창업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지원돼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박초롱 김수현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