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개성공단 운영중단, 불가피한 자위적 조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개성공단 전면 운영중단 조치’ ‘개성공단 자금의 북한 핵·미사일 개발 전용’과 관련한 발언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개성공단 운영중단 조치는 “어리석고 한심한 조치”라며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당 김성수 대변인은 홍 장관의 ‘개성공단 자금의 핵개발 전용’ 발언과 관련해 “정부부처가 불과 며칠 사이에 이런 식으로 말을 바꾼 사례가 있었는지 황당하다”며 “통일부의 존립 이유마저 의문이 들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왜 통일부는 개성공단 운영중단을 단행해야 했을까. 첫째,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연설에서 “북한 핵무장의 직접적 당사자인 우리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할 모든 수단을 취해 나가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듯이 더 이상 우리 자금이 북한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둘째, 우리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에 북한에 대한 ‘끝장 제재’ 동참을 요구할 때 이들 국가가 개성공단을 문제시했다는 점이다. 이들을 제재에 동참시키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조치였다. 셋째, 미국 의회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도 제재하는 소위 ‘세컨더리 보이콧’ 법안을 통과시켰다. 개성공단에 참여하는 우리 기업과 기관은 미국의 관련 법규 위반으로 제재받을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개성공단 운영 중단은 왜 전격적으로 단행할 수밖에 없었을까. 정부가 사전에 개성공단 운영중단을 입주기업에 귀띔해 원자재와 완성품을 반출토록 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북한은 우리 측 인원을 억류해 인질로 삼았을 가능성이 짙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정부로서는 절대 고를 수 없는 선택지였다.

야당은 “정부의 대북정책이 전략적 판단에 기초하지 않고 감정에 치우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하는데 이는 타당치 않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중단과 관련한 문제점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시행했다. 홍 장관의 입술이 터진 것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결정까지 얼마나 심사숙고했는지를 방증한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흉포하고 잔악한 정권의 핵위협 아래에 놓여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2년 정권을 물려받은 직후부터 지난해까지 100여명의 고위간부를 처형했다. 김 위원장이 처형한 간부 중에는 고모부 장성택과 포사격술 스승인 이영호 총참모장도 있다. 김 위원장 자신이 발탁해 승진시킨 현영철 인민무력부장과 이영길 총참모장도 처형했다.

김 위원장은 친인척을 비롯해 자기 스승, 심복 등을 잔인한 방법으로 처형하는 사이코패스적 특징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실전배치하는 것은 한반도와 세계평화에 악몽과 같은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보유와 고도화를 막기 위해 전 세계가 제재의 칼을 뽑아든 이때에 정부가 북한의 핵개발에 전용될지 모르는 개성공단에 대해 가동중단 조치를 취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으로 유입되는 외화를 최대한 차단함으로써 북한 정권이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갖춰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국민은 북한의 핵 겁박에 굴하지 않고 대북제재에 따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지난 70년간 고난을 극복하고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건설한 우리 국민은 반드시 북한 핵을 폐기하고 조기에 ‘통일대박’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김정봉 < 한중대 석좌교수·전 NSC 정보관리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