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치깡패와 달리 운동원 제공·상대 약점 캐기 등 은밀한 활동 예상
경찰, 선거 치안 확립과 함께 조폭 근절로 기초치안 확보 기대

경찰이 4·13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조직폭력배 집중 단속에 들어가는 것은 조폭의 선거 개입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거 독재 시절 정치권에 기생해 이권과 세력 확장을 꾀하던 조폭이 폭력을 앞세워 선거에 무차별적으로 개입해왔다.

'정치깡패'라는 말이 생겨난 배경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돈이 되면 무엇이든 하는 현재 조폭의 범죄 경향으로 미뤄 이들이 다시 선거에도 손을 뻗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15일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조폭 집단이 과거에는 폭행·갈취에 주력했지만, 현재는 이권을 향해 사업의 영역을 넓히는 경향이 있다"며 "총선 국면에서 조폭이 선거 개입을 하나의 이권 사업으로 취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경찰은 과거 '정치깡패'와 현재 조폭의 선거 개입 양상도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만 정권 때는 '땃벌레', '백골단', '민족자결단' 등 폭력 조직이나 임화수, 이정재 등 전면에 나선 조폭 두목, 1960년 정·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국 폭력조직이 규합돼 만들어진 대한반공청년단 등이 선거에 개입한 정치깡패였다.

1976년에는 야당인 신민당 전당대회장에 서방파 두목 김태촌이 부하 150여명을 이끌고 난입한 '신민당 각목 난동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인 이른바 '용팔이 사건'도 조폭이 정치에 개입한 유명한 사건 가운데 하나다.

폭력배 두목 김용남의 별명인 '용팔이'에서 유래한 이 사건은 1987년 4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축이 돼 새롭게 출발한 야당인 통일민주당의 전국 20여개 지구당에서 폭력배들이 난동을 부린 것이다.

이 사건은 나중에 새로운 야당의 출현을 막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기획한 정치공작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 '정치깡패'는 대체로 공개적인 장소에 다수 조직원이 흉기와 둔기를 들고 등장해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선 이들에게 공포감을 조장하거나 실제 폭력을 행사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SNS를 통한 정보 공유가 매우 활발해진 현재 조폭의 선거 개입은 이러한 양상 대신 더욱 지능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경찰은 예상하고 있다.

특정 후보자로부터 돈을 받고서 조폭이 아닌 것처럼 꾸민 선거 운동원을 대준다거나 상대방 후보의 약점을 캐내 협박을 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강 청장은 "과거처럼 몽둥이를 들고 유세장이나 행사장, 선거사무실 등에 난입해 상대방에 폭력을 행사하는 그런 유형은 없을 것"이라며 "아직 조폭이 선거에 개입한 뚜렷한 첩보는 없지만 은밀하게 이뤄지는 활동을 예의주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경찰이 조폭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는 것은 선거 범죄 차단이라는 목적 외에 이번 기회에 생활 치안을 확립하자는 취지도 녹아있다.

경찰이 조폭의 개념을 수괴를 중심으로 뭉쳐 행동강령을 만들어놓고 활동하는 전통적 의미의 조폭에서 시장 영세 상인을 대상으로 갈취를 일삼는 동네 조폭이나 불량배, 불법 경비용역업체 직원 등까지 넓힌 것도 이 때문이다.

강 청장은 "폭력배 단속이 치안의 핵심이며, 범죄 피라미드의 최상층부에 조폭이 있다"며 "그 조폭에 대해 선제 타격을 가하면 전반적 치안이 부수적·자동적으로 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2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