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표 분산에 야권연대 목소리 "분열은 여당 어부지리"
호남, '자객공천' 등 주도권 경쟁 "더민주랑 한 판 붙어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20대 총선에서 수도권과 호남 곳곳에서 승부를 겨룰 것으로 전망되면서 야권 내부에서 분열로 인한 '공멸'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근소한 표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수도권은 절반 이상 지역구에서 두 당이 동시에 후보를 내면서 "분열은 전멸"이라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으며,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는 한 치 양보 없는 주도권 싸움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예비후보자 등록 명부(12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에서 양당의 후보가 함께 등록된 지역구는 142곳 중 87곳(61.3%)이다.

수도권은 서울 48곳 중 26곳(54.2%), 경기 52곳 중 29곳(55.8%), 인천 12곳 중 9곳(75%)에서 두 당의 후보들이 충돌하고 있다.

수도권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5%포인트 미만의 득표율차로 당락이 좌우된 곳이 4분의 1이 넘는 31곳에 달해 야권 분열에 대한 걱정이 남다르다.

서울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재선 의지를 수차례 밝힌 노원병에 이동학 전 혁신위원을 비롯한 4명의 더민주 예비후보와 노회찬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주희준 정의당 노원구지역위원장이 도전장을 던져 야(野) 3당 간에 표가 분산될 전망이다.

안 대표와 함께 국민의당의 유일한 서울 의원인 김한길 상임 선대위원장의 지역구인 광진갑에는 더민주 전혜숙 전 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지난해 4·29 보궐선거에서 야권이 분열로 패배한 관악을에는 더민주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 국민의당 김희철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측근인 박왕규 '더불어 사는 행복한 관악' 이사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다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제3당도 좋지만 야권이 '반(反)박근혜' 전선으로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며 "분열은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에서는 5선인 더민주 이석현 국회부의장의 지역구인 안양 동안갑에 '안양의 박원순'을 자청하는 같은당 민병덕 변호사와 국민의당 곽선우 전 성남FC 대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불과 170표 차이로 당선된 고양 덕양갑에는 더민주 박준 고양 덕양갑 지역위원장과 국민의당 이균철 전 한국통상정보학회 이사가 예비후보로 나섰다.

더민주 이학영 의원이 재선에 나서는 군포시에는 국민의당 정기남 전 안철수 대선캠프 비서실 부실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무소속 박기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남양주을에는 더민주에서 최민희 의원과 김한정 연세대 객원교수 등 5명이, 국민의당에서 표철수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 등 5명이 몰렸다.

인천에서는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국민의당 최원식 의원으로부터 자신의 옛 지역구 탈환에 나서면서 전·현직 대결이 예상된다.

야권의 텃밭이자 국민의당의 현역 의원들이 다수 포진한 호남에서는 광주 8곳 중 6곳(75%), 전남 11곳 중 7곳(63.6%), 전북 11곳 중 10곳(90.9%)에서 두 당이 자웅을 겨룬다.

광주 광산을에서는 더민주 정책공약단장에 발탁되면서 급부상한 이용섭 비대위원과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이 맞붙을 전망이다.

북구갑에는 김유정 전 의원과 김경진 변호사, 진선기 전 광주시의원 등 국민의당 예비후보들이 현역인 더민주 강기정 의원을 공략하고 있다.

더민주 박혜자 의원이 당 잔류를 선언한 서구갑에는 송기석 전 부장판사와 이건태 변호사 등 국민의당 영입인사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서구을과 남구에는 더민주 예비후보가 없지만,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오기형 변호사,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의 광주지역 전략공천설이 나와 언제든지 투입될 수 있다.

호남은 새누리당이 당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야권 연대에 대한 요구가 덜한 편이지만, 두 당의 온도차가 감지된다.

더민주 강기정 의원은 "후보 단일화의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조바심까지 나오고 있지만, 후보 공천이 이미 시작되면서 야권 연대를 논의할 시점이 많이 늦어버린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국민의당 주승용(여수을) 원내대표는 "친노(친노무현)들이 심판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과거에는 더민주가 무소속하고 한판 승부했는데 이번에는 국민의당과 한판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에서는 더민주에서 탈당한 박지원 의원의 무소속 출마가 예상되는 목포가 관심 지역이다.

이곳에는 더민주 조상기 전 KBS 이사, 국민의당 배종호 세한대 초빙교수, 정의당 서기호 의원 등이 도전장을 던지면서 4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민주 김광진 의원과 노관규 전 순천시장, 국민의당 구희승 변호사 등 무려 7명의 야권 예비후보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을 상대로 탈환전에 나서는 순천·곡성도 주목받고 있다.

전남에서는 담양·함평·영광·장성과 무안·신안에만 국민의당 예비후보가 없다.

공교롭게도 이들 지역구는 그동안 국민의당이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공을 들인 더민주 이개호·이윤석 의원의 지역구다.

전북에서는 더민주 박민수 의원의 지역구인 진안·무주·장수·임실을 제외한 모든 지역구에 국민의당 현역 또는 예비후보가 있다.

더민주 김성주 의원의 지역구인 전주 덕진에는 국민의당 김근식 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도전장을 던졌으며 무소속 정동영 의원의 출마 선언이 초읽기라 3파전이 예상된다.

탈당한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의 지역구인 정읍에는 더민주 영입인사인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이 도전장을 던진 상태로 이른바 '자객공천'이 성사될지 관심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