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위협이 고조되면서 그간 수면 밑에 있던 ‘종말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남한 배치가 공식적으로 추진된다. 사드는 미국이 구축한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의 핵심으로 주로 대기권 상층(고도 40~100㎞)에서 떨어지는 적의 탄도탄을 맞춰 파괴하는 방어용 요격무기이다. 1992년 방산업체인 미국 록히드 마틴 주관으로 개발이 시작돼 2005년 완료됐다. 북한이 실전배치한 스커드(사거리 300~500㎞), 노동(사거리 13000㎞) 등 단거리·준중거리 미사일로부터 국민과 주한미군 등을 보호하기위해 배치될 전망이다.

◆1개 포대가 남한의 3분의 1 방어 가능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7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미국과 대한민국은 증대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위해 한미 동맹의 미사일 방어태세를 향상하는 조치로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가능성에 대해 공식 협의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류 실장은 “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인 커티스 스캐퍼로티 대장이 지난 2일 사드 배치를 건의함에 따라 이뤄졌다”며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 사드의 한반도 배치 및 작전수행 가능성을 공동으로 모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주한미군이 운용할 사드 1개 포대는 남한 지역의 2분의 1에서 3분의 2까지 방어가 가능하다”며 “우리 군은 (자체) 사드 구매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600~800㎞ 수준”이라며 “사격통제 레이더는 ‘종말모드’로만 운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북한쪽으로 고정된채 운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사드 배치 반발과 관련, 류 실장은 “사드의 최적탐지거리는 사실상 한반도로 국한된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탐지나 요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만큼 중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해 북부에서 운용하는 북한 SLBM의 요격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기지이외 지역도 가능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를 협의하는 한미 공동실무단을 구성, 적정한 후보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실무단이 마련한 사드 배치 방안을 한미 양국이 승인하면 배치가 최종 결정된다. 가장 효율적으로 사드를 발사할수 있으면서 인근 주민에 미치는 안전과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는 곳을 고를 방침이다.

사드 1개 포대가 배치된 괌에서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레이더 주변의 전자파 수준은 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부합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로 100m를 벗어나면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드 레이더가 가동될 경우 항공기는 2.4㎞, 무기를 실은 전투기는 5.5㎞의 안전 공역이 설정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치 후보지로는 주한미군 기지가 있는 경기도 평택, 대구, 전북 군산 등이 거론되고 있다. 평택은 2016년 말까지 주한 미 2사단이 집결하는만큼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손꼽힌다. 평택에 사드를 배치하면 인구가 몰려있는 수도권까지 충분히 방어할수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사드는 전후방으로부터 200~250㎞ 가량의 지역에서 방어력을 제공할수 있다”며 “사드는 현재까지 미군이 실시한 14차례 시혐평가를 모두 성공적으로 통과할 정도로 성능이 검증된 무기”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2014년부터 사드 배치 후보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류 실장은 “사드는 주한미군이 운용한다”며 “주한미군기지가 아닌 곳이라도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1개 포대 가격 1조~1조5000억원

생화학무기가 탑재된 탄도미사일에서 인마 살상 능력을 없애려면 고도 12㎞이상에서 탄두를 완전히 파괴시켜야한다. 사드는 패트리어트-3처럼 적군이 쏜 미사일을 직접 맞추는 직격방식(hit-to-hit)으로 사용된다. 지역방어 임무를 수행하는 사드 1개 포대는 교전통제소, TPY-2 사격통제용 레이더(1대), 발사대(6기), 요격용 유도탄(48발), 기타 지원장비로 구성된다.

미군은 2019년까지 총 7개 사드 포대를 전력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재 5개 포대가 미군에 인도됐다. 미 본토에 4개, 미국령인 괌에 1개가 배치됐다. 2019년까지 인도되는 2개 포대 중 1개 포대가 주한미군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류 실장은 “사드 1개 포대 획득 비용은 1조원 정도이고 예비탄까지 포함하면 1조5000억원”이라며 “(사드 배치가 결정되면) 한국 측은 부지와 기반시설을 담당하고, 미측은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을 부담하게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드의 레이더를 종말모드에서 조기경보용으로 전환시키면 중국을 광범위하게 감시할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전문 엔지니어들이 시설과 장비, 부품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도 전환작업을 마치는데 이론적으로 8시간 걸린다”고 설명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