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 좌석, 새누리당 사이에 두고 더민주와 분리 배치
원샷법 표결에 협조·더민주와 차별화…캐스팅보트 주목
김무성 "국정협조 환영"…더민주 원내전략, '국민의당 변수' 고민


오는 7일 회기가 종료되는 1월 임시국회 회기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리는 4일 본회의는 이른바 '3당 체제'의 첫 무대다.

비록 교섭단체 구성요건(소속 의원수 20명 이상)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국민의당이 지난 2일 공식 출범한 데 따른 것으로, 벌써부터 기존의 여야 양당 체제 때와는 사뭇 다른 국회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쟁점법안 처리, 총선 선거구획정 문제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던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국민의당이 '제3당의 파워'를 과시하면서 국회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의 '존재감'은 이날 본회의에 사실상 처음으로 적용된 본회의장 좌석 배치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국회의장석을 마주보고 좌·우측에 각각 배치됐으나 더민주에서 떨어져 나온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을 사이에 두고 더민주와 멀찌감치 앉게 됐다.

국민의당 왼편에는 정의당이 그대로 자리를 유지했다.

쟁점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둘러싼 여야간 '파워게임'에서도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를 쥐고 여야의 극한대치 국면에서 '돌파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더민주가 새누리당에 오는 12일까지 선거구획정안 타결 약속 등을 요구하며 '본회의 보이콧'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국민의당이 (본회의장에) 도착하는 대로 개의한다"고 밝혀 더민주의 참석 여부와 무관하게 본회의를 열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새누리당은 국민의당을 '지렛대'로 삼아 더민주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의원들의 총선 준비 때문에 불참자가 다수 발생할 경우 자칫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쟁점법안 처리에 찬성한 국민의당 소속 의원 17명이 '천군만마'가 되면서 굳이 더민주의 본회의 참석을 재촉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민주와는 달리 새롭게 출범한 국민의당은 국정의 중대함을 알고 적극적인 협조 의지를 보이고 있어 환영한다"며 우회적으로 더민주를 압박했다.

그동안 새누리당의 '입법 독주'에 제동을 걸겠다고 공언해온 더민주는 원내 전략이나 여야 협상에서 국민의당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입장이 됐다.

더민주로서는 새누리당이 더민주를 쟁점법안 처리의 '발목잡기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와중에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보조를 맞춘다면 향후 협상력과 대국민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민주 관계자는 "국민의당과 우리의 선택은 별개지만 전혀 무관하다고도 볼 수 없다"며 "현 국면을 관리하는데 어떤 선택이 좋을지 의총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쟁점법안에 대해 정략적으로 반대하기보다는 협조할 부분은 협조하겠다는 기조로 '제3당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오후까지 예정됐던 광주 방문 일정을 오전 중에 마치기로 조정해 본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것도 야권 내 차별화를 시도하고 캐스팅보트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속내가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김성식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원샷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가능하도록 만든 것도 사실 우리 당의 역할이 있었다"며 "양당이 대치하고 아무것도 안 되는 시점에 이 법을 끌어올린 것은 우리 당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민의당 창당에 따른 본회의장 의석 재배치로 인해 왼편에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 오른편에 김한길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 앞쪽에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등에 둘러싸일 뻔했던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포위망'에서 벗어났다.

대신 새누리당 출신의 무소속 정의화 의장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사이에 의석이 마련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류지복 조성흠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