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호수처럼 잠잠하던 전북 전주 덕진의 총선 판이 요동치고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덕진 선거구 출마 임박설이 나돌면서부터다.

지역정가는 정 전 장관이 조만간 무소속으로 20대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패배 후 순창에서 칩거하던 정 전 장관이 무소속 연대 방식의 독자세력화 추진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주 덕진에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과 국민의당(가칭)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우회적으로 반발하는 한편 '일전 불사'의 각오를 다졌다.

김성주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대륙으로 가는 길이 전주 덕진으로 오는 길이 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에둘러 정 전 장관의 덕진 출마를 비판했다.

덕진 출마보다는 (서울 출마 혹은 신당 대표 등을 통해) 더 큰 정치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어 "지도자급 정치인은 뒤로 가거나 오므라들지 않고 앞으로 가야 한다"며 정 전 의원이 '작은 지방정치' 대신 '큰 중앙정치'를 선택해야 한다며 정 전 장관을 압박했다.

더민주당 한 관계자도 "정 전 장관의 내비게이션이 고장난 것 아니냐, 대륙으로 가야 할 길을 잘못 안내하고 있다"고 꼬집고 "뛰어난 의정활동과 지역현안 해결에 앞장선 김 의원이 승자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즉각 반발했다.

김 교수는 2009년 재보선 당시 당 지도부의 공천 배제 방침에 반발, 탈당해 무소속으로 덕진에 출마해 당시 당 후보였던 자신을 꺾은 정 전 장관에 대한 섭섭함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김 교수는 "대의와 명분에 충실하셔서 앞으로 정치적 미래를 보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 전 장관은 전북의 훌륭한 정치적 자산"이라며 "정치원로로서 호남정치의 미래를 위해 현명한 판단과 합리적 결정을 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정 전 장관의 덕진 출마는) 저에게는 나쁘지 않다.

처음부터 삼자구도까지 염두에 두고 선거에 임하고 있다"며 일전 불사의 태세를 강조했다.

다만 지역 정가는 정 전 의원이 일단 독자적 행보를 유지하되 일정한 시점에 어느 한 세력과 전략적 연대를 취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들과 함께 덕진 선거구는 새누리당의 양현섭(법무법인 경청 사무국장), 성은순(여·더민주·자영업) 예비 후보 등이 가세하면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ic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