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 토론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 토론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절박한 건 기업이지 정부가 아니잖습니까”. 지난 18일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새해 업무보고하는 자리에서 홍성민 에스에너지 대표는 “중소기업의 살 길은 해외 진출밖에 없다.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 전에 일단 나가고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아니, 정부도 절박하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건 정부의 책무”라고 답했다.

26일로 정부 신년 업무보고가 끝났다. 다섯 차례 업무보고 행사에 토론자로 참석한 상당수 기업인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면서도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아직 많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업무보고에 참석한 기업인과 대통령·장관들의 토론 내용을 재구성했다.

◆중소기업, 정부 지원 아직 ‘목말라’

병원 위치정보 제공업체 옐로모바일 굿닥의 박경득 대표는 “2년 전 망할 뻔했다가 지금은 직원 29명, 연매출 40억원 규모로 성장한 이유는 정부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3.0 정책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병원 데이터를 대폭 공개했고, 이를 발판으로 고품질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민간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더 조사해 더 많이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벤처캐피털업체 FJD아테나코리아의 정회훈 대표는 “해외 벤처캐피털이 한국에 투자할 때 가장 힘든 게 자금 회수 가능성과 정보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을 보완할 게 없느냐”고 물었다. 임 위원장은 올 상반기 증권거래소에 M&A 중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성장사다리펀드’를 통해 M&A를 활성화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 “아직도 이런 일이…”

중소건설사들은 자금난을 토로했다. 충남 천안에 있는 활림건설의 전용갑 대표는 “복잡한 행정절차로 인해 정부 공사대금이 흘러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털어놨다. 신흥균 대홍에이스건업 대표는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이 따뜻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점검을 확대해 미지급 대금이 속히 처리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도 아직 이런 사례가 남아 있다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토론회에서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이화정 247코리아 대표가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보안서비스를 개발했는데 국내 반응이 너무 안 좋아 미래부의 글로벌혁신센터(KIC) 도움으로 미국에 가니 반응이 뜨거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옛말에 선각자는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규제완화, 열린 자세로 풀어야

경기 이천에서 김치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송종분 지화자식품 대표는 “도시지역의 농업진흥구역 해제로 다른 체험관광 사업을 할 수 있게 돼 너무 기뻤다”며 “어려운 결정을 해준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황승호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자율주행 등 스마트카 개발에 대한 2조원의 투자 계획을 소개하면서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인프라를 서둘러 구축해달라”고 건의했다.

박 대통령은 “부처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도여서 규제를 완화하고 예외규정을 두는 데 소극적일 수 있지만 경제발전을 위한다는 열린 자세로 접근하면 더 과감히 풀 수 있다”고 주문했다. 풍년 압력밥솥으로 유명한 PN풍년의 여창동 부사장은 “중소기업은 홍보 기회가 부족하고, 해외시장 진출에도 한계가 많다”며 정부의 각별한 지원을 부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