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은 세금보다 더 많이 쓰는 지자체 '방만재정'이 누리예산 갈등 불러"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을 벌이는 근본 원인은 ‘지자체의 비대칭적인 세출과 세입’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체 세입은 턱없이 부족하면서 지출은 국가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쓰고 있는 현재의 지방재정 구조가 지자체의 방만 재정 운용을 불러왔고, ‘도덕적 해이’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현재 지자체 세입은 국가 전체 연간 세수의 20%에 불과하지만, 연간 총 국가 세출예산의 절반 이상을 쓰고 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25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앙 지자체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 토론회에서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지자체, 지방의회, 시·도 교육청이 책임은 미루면서 국민을 무시하는 ‘공급자 중심’의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 간 재정관계의 근본적 문제점은 세출권한과 세입의무의 비대칭에 있다”고 말했다.

전체 지자체의 약 70%가 자체재원(지방세)으로 지출의 30%도 충당하지 못하고 지방교부세나 국고보조금을 통해 연명하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복지서비스를 남발하는 것은 정부의 과도한 지원 때문이란 지적이다. 박 교수는 “지출권한은 있는데 이에 필요한 세입을 부담해야 할 의무가 비례하지 않으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소지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정부가 세입 확충을 게을리하면서 공공서비스를 과잉공급하는 지자체의 ‘복지포퓰리즘’을 막기 위해선 국고보조금을 줄이고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재정분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개정을 통해 정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의 역할과 책임을 더 명확하게 재설정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 교수는 “민간과 정부 간 교육, 복지 등의 역할을 분명히 밝히고 헌법 개정을 통해 역할을 구분해 세입부담과 세출권한을 동시에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의 세출구조조정도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박 교수는 “세출 효율성 차원의 유사중복사업 통폐합은 예산, 기금, 공기업을 모두 포함한 공공부문의 전 영역에서 기능조정 관점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권서현 인턴기자(서울대 4년)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