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조경태 입당에 '여당 싹쓸이' 목표속 '역풍' 우려도
대구 '진박 6인조', 유승민 상대 공성전…김부겸 스타 탄생?
'시계제로' 광주, 文-安 양강구도에 누구 손 들어줄지 관건


80여일 앞으로 다가온 4·13 총선 판도가 남쪽 지방에서 출렁거리고 있다.

특히 영·호남의 거점 도시인 부산, 대구, 광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변수가 돌출하면서 정치권의 시선이 온통 집중되는 모습이다.

이들 세 도시는 여야가 전통적인 '텃밭'으로 여겨 온 만큼, 의외의 결과가 나타난다면 총선의 전체적인 흐름까지 좌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산 '與 싹쓸이냐' '野 동진 교두보 확보냐' =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조경태 의원이 21일 새누리당 입당을 선언하면서 여야의 '낙동강 전투'는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야당이 부산·경남(PK) 지역에 확보한 교두보 가운데 조 의원의 부산 사하을이 넘어오면서 새누리당은 내친김에 PK의 다른 실지(失地)도 회복하겠다고 벼르는 모습이다.

조 의원이 합류한 바람을 타고 부산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낙동강 서부 지역에서 우세를 굳히는 것은 물론, 여세를 몰아 더민주 민홍철 의원이 지키는 경남 김해갑까지 탈환하겠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조 의원 입당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총선에서 부산 전승이 목표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 "부산에 야풍(野風)이 불고 있는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조 의원의 탈당이 더민주로선 큰 실점이 아니라는 관측과 더불어 사실상 '영입'이나 다를 바 없는 조 의원 입당에 대한 새누리당 지지층의 거부감, PK 싹쓸이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할 경우 오히려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실제로 더민주는 조 의원의 새누리당 입당 효과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 의원이 그동안 문재인 대표의 당 운영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는 점에서 탈당을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부산 사상의 문 대표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에서 조 의원마저 빼앗기면 어렵사리 확보한 PK의 교두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문 대표가 '분위기 반전'을 위해 부산의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2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미 좋은 후보들이 뛰고 있고, 영입 인사 가운데 경쟁력을 가진 분이 있으면 추가 배치하겠다"며 "부산에서 더민주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 있어 참패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박 바람' 부는 대구…수성갑은 '전국구' 부상 = 여권의 '심장부'로 불리는 대구는 여전히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곳이다.

자연스럽게 대다수 후보가 너나없이 친박(친박근혜) 인사임을 자처하는 마케팅에 뛰어들 수밖에 없고, 최근 대구에 불어닥친 '진박(진실한 친박) 바람'도 이런 흐름에서 생겨났다.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이 지난 20일 한자리에 모인 장면은 이른바 '진박 회동'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들은 각자 대구의 지역구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및 그와 가까운 것으로 꼽히는 현역 의원을 겨냥한 저격수로 나섰거나, 곧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대구 물갈이'의 결사대인 셈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구의 원외 후보 재배치는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보면 된다"며 "이들 중 몇명이 여의도에 돌아올지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대구 민심이라면 박심을 등에 업은 것으로 평가받는 이들의 낙승을 예상해야 하지만, 최근 대구의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각종 여론조사로 나타나고 있다.

이종진 의원(달성)의 불출마로 단박에 유력 후보로 떠오른 추 전 실장을 제외한 나머지 일부 후보들은 현역 의원이나 다른 후보를 상대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거나 오히려 밀리는 형편이기도 하다.

진박 후보 배치가 '유승민 찍어내기' 아니냐는 반감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이를 간파한 박 대통령이 결정적인 시점에 대구를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박 후보들이 현역을 상대로 벌이는 대구 공성전이 의도치 않게 야당의 대구 교두보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의 진박 논란을 틈타 더민주 후보인 김부겸 전 의원의 수성갑 입성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전 의원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수도권 차출설'이 제기됐던 김 전 지사는 수성갑 출마 의사를 굳혔지만, 김 전 의원을 상대로 쉽지 않은 승부를 벌여야 할 처지다.

◇광주는 군웅할거…文-安 양강 구도로 흐르나 = 광주 민심은 이번 총선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황이다.

야권이 사분오열과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흔들리는 상황에 민심도 덩달아 요동치는 것이다.

지난해 초부터 심화됐던 더민주의 내분 사태는 안철수 의원측 국민의당(가칭), 천정배 의원측 국민회의(가칭), 박주선 의원측 통합신당(가칭), 박준영 전 전남지사측 신민당(가칭)까지 포함해 5개 세력의 군웅할거로 이어졌다.

저마다 광주 민심을 대변하겠다고 나섰지만, 현재까지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양강 체제를 구축하는 구도다.

야권 분열 초기에는 더민주 친노(친노무현)계에 대한 반감이 국민의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면서 국민의당이 급상승세를 탔지만, 더민주가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이제는 양측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는 문 대표의 사퇴 발표로 친노계가 전면에서 물러나게 된 반면, 국민의당이 초반 행보에서 혼선을 거듭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은 이제 국민회의 등과의 야권 통합에서 어느 쪽이 주도권을 갖느냐에 따라 다시 한번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표가 먼저 야권 통합에 대한 공개 논의를 제안하면서 앞서가는 듯했지만, 같은 날 안 의원이 천 의원과 회동하면서 상황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더민주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신군부 국가보위비상대책위 활동 전력도 5·18 민주화 운동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광주 민심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민의당은 광주 지역 현역 의원 4명이 합류한 상태에서 지역의 '물갈이' 여론에 따른 부담이 적잖을 전망이다.

만에 하나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어느 한 쪽과 손을 잡고 정계로 복귀한다면 광주를 넘어 전국 판세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광주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을 고려하면 마지막에는 차기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있는 쪽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홍정규 김동현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