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위 단독소집…국회법 87조 통해 법개정안 본회의 직행 노려
野 "'3선 개헌' 하듯 날치기 처리·원천무효 주장" 강력 반발
개정안 본회의 상정 권한 쥔 정의장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


여권에서 '식물국회를 만드는 망국법',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비난하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현행 국회법 개정 여부가 이르면 이번 주중, 늦어도 25일까지는 국회 본회의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18일 새누리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한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하는 등 국회선진화법 개정 절차에 착수했다.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한 직후 법안을 운영위와 법사위 논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국회 본회의에 올리기 위해 국회법 개정안을 부의하지 않기로 의결하는 '부결' 절차를 밟았다.

이는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한 법안에 대해 '7일 이내에 의원 30인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그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고 규정한 국회법 87조를 활용해 국회법 개정안을 관철하려는 조치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오는 25일까지 본회의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해 처리할 수 있는 1차 관문을 넘은 셈이다.

이날 상정된 국회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지난 11일 대표 발의한 것으로,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 요건(직권상정)에 '재적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는 경우'를 추가한 법안이다.

현행 국회법은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원내대표)와 합의하는 경우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여권 내부에선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어려워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제기돼왔고,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세션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운영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의원 30명은 다 확보해놨고, 이번 주 안에 본회의를 열어 선진화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 처리를 시도할 것"이라며 "국회법 절차에 따라 하는 만큼 정의화 국회의장도 본회의를 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소집하고 안건을 변경하는 등 법적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면서 국회법 개정안 상정 및 부결은 원천 무효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운영위 야당 간사인 더민주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운영위는 안건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열렸고, 위원장은 급작스럽게 안건을 변경했다"며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에 대해 "법 통과를 위해 법을 부결시킨 극단적인 꼼수이자, 향후 국회절차를 모두 부정한 의회민주주의 파기 행위"라며 "3선 개헌 하듯 날치기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수석부대표는 "오늘 (운영위가) 의결한 부분은 원천 무효이기에, 이를 무효화하지 않는 한 향후 의사일정이나 법안심사에 일절 응할 수 없다"며 새누리당에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정 의장에 대해선 "본회의를 열어선 안 되며, (표결) 안건으로 부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이 오는 25일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될지 여부는 정 의장의 선택으로 넘어갔다.

정 의장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본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상정할지, 아니면 또 다시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상정을 거부할지 주목된다.

정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의결에 불쾌한 감정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박수윤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