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구조 개선하면서 취약계층 금융안전망 정비 추진
전세보증금 투자풀 조성…서민금융상품 5조7천억으로 증액


14일 이뤄진 경제부처 합동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가장 관심을 끌 사안으로 금융위원회가 올해 추진키로 한 주택연금 신상품 출시와 전세보증금 투자풀(Pool)을 꼽을 수 있다.

인구의 고령화와 전세시장의 월세 전환이란 사회·경제적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 서민층의 주거 안정은 물론 안정된 노후소득을 뒷받침해 소비시장을 키울 목적으로 도입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밖에 올 하반기부터 보험권에도 강화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1천200조원 수준인 가계부채 구조를 갚을 능력 만큼만 빌려 처음부터 나눠갚는 원칙을 구현하려는 정책 의지의 연장선에서다.

가계부채에서 분할상환이 차지하는 비중을 애초 목표보다 5%포인트 높게 잡아 내년까지 절반 수준에 맞추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경제의 건정성을 위협하는 부실한 빚의 싹을 잘라내겠다는 취지로, 결과적으론 대출받기가 어려워지는 환경이 조성되게 됐다.

이와 병행해 4대 서민금융상품 공급규모를 5조7천억원으로 확 늘리고 채무조정 시스템을 개편하기로 했다.

이는 금리 인상기에 앞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대한 금융안전망을 두텁게 펼치겠다는 조치로 보인다.

이날 금융위 업무계획의 전체 키워드는 리스크 관리로 모아진다.

최근 전문가 설문에서 금융정책 분야의 올해 중점 추진과제로 54.5%가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리스크 관리를 거론하고, 그 세부 과제로는 가계부채 관리와 금융회사 건전성 제고를 꼽은 결과가 반영됐다.

◇ 내집연금 3종 세트 올 2분기 출시

계획을 보면 전세에서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면서 돌려받은 전세보증금을 위탁받아 '전세보증금 투자풀'을 조성하기로 하고 올 1분기 중에 세부방안을 내놓는다.

세입자가 돌려받은 전세금을 단기자금이나 예금 위주로 운영하면서 수익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월세 부담은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이 목돈을 위탁받아 채권, 펀드, 뉴스테이 임대사업 등에 굴리고, 운용 수익을 주기적으로 배당하는 동시에 위탁금을 담보로 저리 월세대출도 해주는 구조다.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않은 채 보증금 인상분만 월세로 추가 납부하는 준(準)전세 전환 임차인에 대한 저리 월세대출 방안도 필요하면 강구할 예정이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연기금 투자풀보다 매력적인 수익률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할 것"이라며 "예금자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원금이 예금 수준으로 안전하게 보호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 발생에 대비해 투자풀과 하위펀드 운용사가 투자풀 운용규모의 5%가량을 종자돈 형식으로 넣어 일정수준까지 손실을 흡수하고, 이 범위를 벗어난 초과 손실에 대해선 공공법인 등을 활용한 완충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원금보장을 100% 약속할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주택연금을 생애주기에 맞춰 설계한 '내집연금 3종 세트'는 2분기에 나온다.

주택연금은 60세 이상이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우선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주택연금으로 전환하는 상품을 출시한다.

연금 일부를 일시금으로 인출해 기존 대출을 갚고 매달 연금을 받는 구조다.

이때 일시 인출한도를 현행 50%에서 70%로 높여준다.

초기보증료율은 1.5%에서 1.0%로 낮추되 연보증료율을 0.75%에서 1.0%로 늘려 보증료 부담을 분산한다.

40~50대를 겨냥해서는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을 받을 때 주택연금 가입을 예약하면 보금자리론 금리를 0.05~0.1% 우대해주는 연계상품을 내놓는다.

취약 고령층을 위해선 재정(정부 출연, 공공기금 지원) 지원을 통해 연금산정이자율을 낮춰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하는 우대형 상품을 출시한다.

적용대상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집값과 연소득이 2억5천만원, 2천350만원 이하인 고령층이 거론된다.

성공 여부는 주택연금에 대한 인식 전환에 달렸다.

지금도 주택연금 이용가구는 자가 보유 고령층의 0.9%에 불과하다.

정책 주택금융도 26조원을 공급한다.

보금자리론이 10조원, 적격대출이 16조원이다.

보금자리론의 경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금리 우대를 포함해 상품성을 개선한다.

김 사무처장은 "올해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의 시행과 미국 금리인상으로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다소 완화하고 질적 구조개선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가계대출에서 분할상환대출의 비중 목표치를 올해 말 40%에서 45%로, 내년 말 45%에서 50%로 각각 상향조정했다.

현 정부 내에서 절반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은행권 여신심사 강화로 대출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예상됨에 따라 하반기에는 보험권에도 은행권 수준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보험권에서도 돈 빌리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 서민금융 5조7천억원 공급…'신용대출 119' 제도 도입

금융위는 상시적이고 선제적인 기업구조조정도 계속해 나간다.

대기업그룹은 5월에 재무구조평가를 통해 부실에 미리 대응하고 개별기업은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옥석가리기를 한다.

신용위험평가는 신용공여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은 4~6월에, 그 미만인 중소기업은 7~10월에 이뤄진다.

정부와 채권단 간에 유기적 협조체계를 강화해 산업별 구조조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공급과잉 조정, 경쟁력 강화방안 마련 등 업종 특성을 고려한 산업 차원의 구조조정 방향을 설정하고 금융기관은 이를 기초로 개별 기업 구조조정을 한다.

시장 친화적 구조조정을 맡을 유암코의 재원을 최대 3조2천500억원으로 확대해 구조조정대상 기업의 채권이나 주식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본격화한다.

금융업권 안정성과 건전성을 위해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공동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보다 정교하게 한다.

건전성 조치로 외화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규제를 도입하고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도 최근 불안해진 시장 상황을 반영해 정교하게 설계한다.

이달 중에는 대손충당금 적립 등에 대한 적정성을 점검한다.

4대 정책 서민금융상품 공급을 작년 4조7천억원(47만명)에서 올해 5조7천억원(60만명)으로 늘린다.

햇살론과 새희망홀씨를 각각 2조원(3년 평균)에서 2조5천억원(올해)으로, 미소금융을 3천억원에서 5천억원으로 늘리고 바꿔드림론은 2천억원 수준으로 공급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보증보험을 연계한 대출을 통해 10%대 중금리대출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채무조정 시스템은 맞춤형으로 개편된다.

신용회복위원회가 개인 워크아웃을 지원할 때 가용소득을 포함한 채무자의 상환능력에 따라 탄력적으로 원금 감면율을 적용한다.

지금은 50%까지 감면해 주지만 상한을 10%포인트 올리고 하한을 설정해 30~60%로 차등화할 방침이다.

다만 중증장애인 등 취약계층 가운데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자에 대해선 최대 감면율을 현재의 70%에서 90%로 상향 조정한다.

만기 2개월 전에 은행이 연체 우려 고객을 선정해 상환기간 연장, 이자 유예, 서민금융상품 등을 안내하고 지원하는 '신용대출 119' 제도도 도입한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