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탈당…DJ계, 친노계와 '결별'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사진)이 12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가 더민주를 이끌고 있는 친노무현계와 결별을 선언하면서 야권 내에선 당을 지탱하던 호남세력의 마지막 한 축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 상임고문은 “참담한 마음으로 60여년 정치 인생 중 처음으로 몸담았던 당을 스스로 떠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를 이끌어왔지만 정작 우리 당의 민주화는 이루지 못했다”며 “당 지도부의 꽉 막히고 폐쇄된 운영방식과 배타성으로 정권교체를 준비해야 할 야당이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옥두 이훈평 남궁진 윤철상 박양수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 10여명도 권 상임고문과 함께 탈당계를 제출했다. 더민주 전국당원협의회도 해산 및 탈당을 선언했다. 정대철 상임고문 등 ‘구민주계’ 전직 의원 40여명도 15일께 탈당할 것으로 전해져 당내 호남세력과 친노세력은 완전히 갈라지게 됐다.

더민주 내에선 문재인 대표와 당 지도부의 우군으로 활동했던 권 상임고문의 탈당이 호남 텃밭민심의 이탈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탈당인사 가운데 처음으로 권 상임고문 탈당과 관련한 논평을 내고 “권 상임고문이 탈당회견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하나가 돼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라는 유지를 남겼다’고 밝혔는데 정작 분열의 길을 선택한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며 “60년 정통 야당을 지키고 바로 세우기 위해 좀 더 애써주실 수는 없었는지 실로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 대표도 “지금 우리 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탈당의 움직임은 무척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최원식 의원(인천 계양을)도 “패권정치에 굴복할 수 없다.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출하는 국민의당에 참여해 광범위한 연대로 총·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분골쇄신하겠다”며 탈당행렬에 가세했다. 최 의원의 탈당으로 127명이던 더민주 의석 수는 12석 줄어들어 115석이 됐다. 장병완 의원(광주 남)과 주승용 의원(전남 여수을)도 13일 탈당을 예고했고, 수도권 및 전북 의원 일부도 탈당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