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요, 주무관에 물어보세요"…전문성 떨어지는 서울시 간부들
“보직을 받은 지 며칠 안 돼서 잘 모르겠습니다. 담당 주무관에게 확인하세요.”(서울시 물순환안전국 A과장) 기자는 최근 한강 수중보와 관련한 취재를 위해 담당부서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서울시는 한강 신곡수중보 철거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매년 국정감사의 대표적 쟁점 중 하나다.

A과장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시의 중요한 현안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관련 내용에 대해 보고를 받지 못했는데 어떻게 알겠느냐”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곧바로 담당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똑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팀장이나 주무관에게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다. 담당 국장과 과장 모두 지난달 말 정기인사에서 물순환안전국에 배치됐다.

현안에 대한 시의 공식적인 답변은 대개 과장(4급) 이상이 내놓는 게 일반적이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실무자에게 사실을 확인했더라도 과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거듭 확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잦은 순환보직 때문에 시 간부들이 현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직사회의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잦은 순환보직 관행이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라 중앙부처는 지난해부터 재직 기간을 늘리는 추세다. 개정된 공무원임용령에 따르면 과장급의 필수 보직 기간은 1년6개월에서 2년으로, 고위 공무원은 1년에서 2년으로 늘었다.

서울시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달 말 정기인사에서 보직이 6개월 만에 교체된 과장급이 적지 않다. 서울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획조정실 기획과장은 6개월 만에 교체됐다. 언론·홍보 업무를 맡는 언론과장도 6개월 만에 바뀌었다. 국장급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도시계획을 책임지는 도시계획국장은 1년 만에 교체됐다. 시민소통기획관, 재생정책기획관, 한강사업본부장 등도 모두 1년 만에 보직이 바뀌었다.

일부 개방형 직위를 제외하면 2년 동안 한 부서에서 근무하는 국·과장급 간부는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업무에 적응할 만하면 또 다른 보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서울시에서 모든 분야의 최고 전문가는 2011년 10월부터 4년 넘게 재임 중인 박원순 시장이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에 따른 폐해는 대다수 시민에게 돌아간다. 서울시에서는 언제쯤 박 시장을 능가하는 분야별 전문가가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