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반대…대사 초치" 안보리 결의안은 동참…양자제재 가능성
"시진핑 격노" 이야기도…모란봉악단 공연 무산도 수소폭탄 보유발언 관련


북한이 6일 수소탄 실험을 전격 단행했다고 주장해 북중 관계 개선에 나섰던 중국으로서는 또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북한이 지난달 모란봉악단의 베이징(北京) 공연을 취소한 것이 '수소폭탄' 보유 발언을 둘러싼 북중 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추측에 이은 또다른 악재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발표에 분노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그 어떤 행동도 중단하라고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를 고려하지 않고 다시 핵실험을 진행했다"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이 강행된 2013년 2월 12일에도 외교부 성명을 통해 "단호한 반대를 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갓 출범한 시진핑(習近平) 지도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해 크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한달 뒤인 3월 초에 이뤄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094호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중국 정부는 1∼2차 핵실험 때보다 대북제재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하며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조치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또 은행과의 거래 중단, 원유공급 중단 등을 비롯한 자체적인 대북 제재도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지도부가 이번 수소폭탄 실험에서 느끼는 충격과 분노는 제3차 핵실험 당시 이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에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을 파견하며 적극적으로 관계개선에 나섰던 중국이 느끼는 배신감은 '당혹감' 수준을 넘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류 상무위원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북·중간 전통적인 혈맹관계를 부각하며 고위급 정치대화, 경제교류 등을 강화하기로 합의하면서 북한을 향해 비핵화와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었다.

이는 시 주석이 류 상무위원을 통해 김 제1위원장에게 '핵보유'만큼은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감행한 수소폭탄 실험은 시 주석 입장에서는 자신에 대한 정면 도전이란 판단을 하는데 충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중국에 핵실험 계획을 사전에 통보하지도 않았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사전 통보없이 강행된 북한의 수소탄 실험을 보고받고 '격노'했을 것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북한의 수소탄 실험 탓에 북핵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수년째 공전중인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중국이 쏟아온 노력도 무색해지게 됐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되면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 찬성표를 던질 것이 확실시된다.

이와 별도로 자체적인 대북 제재를 취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화 대변인이 "중국은 당연히 해야 할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향후 새로운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3차 핵실험 이후에도 유엔 안보리 2094호 결의를 엄격히 집행하라는 공문을 산하 부처·기관에 하달하며 대북 제재의 실효성 강화에 주력한 바 있다.

유력은행인 중국은행(中國銀行)도 당시 북한의 핵무장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은행과의 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하며 양자 제재 행보를 보였다.

외교 소식통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은 대북 결의안 논의가 시작되면 찬성하지 않을 수 없다"며 "중국이 양자차원에서 대북 제재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외교부가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불러 엄중히 항의하겠다고 밝힌 것도 앞으로의 단호한 대응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수소탄 실험을 양국간 공식 외교 문제로 삼겠다는 단호한 입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북한이 중국 측을 향해 반발하고 나설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 미국, 일본과 보조를 맞춰 북한에 대한 '숨통 끊기' 수준의 압박과 제재를 가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따끔한 '채찍'은 가하되 개선 움직임을 보이는 북중 관계 자체를 그르칠 수준에는 이르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수소탄 실험이 표면적으로는 미국을 겨냥했지만,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수소탄 실험으로 앞으로 북중 관계는 상당기간 경색 국면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조기 방중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고 6자회담의 재개 가능성 역시 매우 희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이준삼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