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정책위 의장 잔혹사'
노동개혁 5개 법안 등 산적한 현안을 협상해야 하는 이목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과거 비서관 채용과 관련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최재천 전 의장의 자진사퇴 및 탈당에 이어 이 의장이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대여 협상은 물론 당 도덕성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장은 2012년 6월 A씨를 5급 비서관으로 채용한 뒤 그에게 “원래 6급으로 들어왔어야 했는데 5급으로 받아줄 테니 월급 차액을 반환하라”며 그해 10월까지 5개월 동안 매월 현금 100만원씩 총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5일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A씨 자신이 나이가 어리고 경력이 부족해 자신의 월급 일부를 내서 운전기사와 인턴을 돕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다”며 “5개월 동안 이 돈을 운전기사와 인턴에게 나눠줬다”고 해명했다. 이어 “A씨의 선거관리위원회 고발에 따라 이미 운전기사와 인턴 직원이 조사를 받은 뒤 2014년 5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잦은 교체와 사퇴·탈당에 이어 개인 비리까지 불거지면서 더민주 정책위 의장의 수난 시대가 되풀이되고 있다.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 형식으로 의원 투표로 선출되는 여당과 달리 야당 정책위 의장은 당대표가 임명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전문성보다 계파 안배 등을 감안한 인선으로 원내대표와 불협화음 및 교체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로 당시 원유철 정책위 의장이 동반 사퇴했던 것을 포함해도 지난해 이후 현재까지 두 차례(원유철-김정훈) 정책위 의장을 교체하는 데 그쳤다. 평균 임기는 7개월 이상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더민주 정책위 의장은 네 차례(백재현-강기정-최재천-이목희)나 바뀌었다. 한 당직자는 “2014년 이후 야당 정책위 의장은 당 계파싸움의 한복판에서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했다.

당이 비상대책위원회로 꾸려진 2014년 하반기엔 백재현 전 정책위 의장(10월~2015년 2월)이 5개월 동안 의장직을 수행했다. 문재인 대표가 지난해 2월 당대표 취임 직후 범주류인 강기정 전 의장을 임명했지만 비주류인 이종걸 원내대표와 갈등을 빚으며 6개월 만에 물러났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해 7월 자체 추가경정 예산안 논의 당시 의료기관 피해 지원액을 정부가 제시한 1000억원의 두 배인 2000억원으로 증액하는 것을 두고 고성을 주고받으며 고조됐다. 이후 문 대표가 강 의장을 유임하려 하자 이 원내대표는 비주류 최재천 의원 임명을 요구하며 당무 거부에 들어갔고, 결국 7월 최 의원이 의장직을 맡으면서 해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문 대표와 최 의장의 갈등이 불거졌다. 최 의장은 취임 5개월 만에 의장직에서 사퇴했고 지난달 28일 탈당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