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국민의 발목을 잡았다" 초선들의 반성문
여야 초선 의원들은 19대 국회가 최악의 평가를 받는 이유를 상호 간 ‘기본적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국경제신문이 1일 양당 초선 의원 9명을 인터뷰한 결과 여당 의원들은 재정 소요를 생각하지 않은 포퓰리즘 법안 남발과 상임위원회 차원의 법안 논의 부족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반해 야당 의원들은 당내 분란으로 정부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것을 반성했다.

경제학 교수 출신인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3년 전 법안으로 발의한 ‘페이고(pay-go:법안 제출 때 재원 조달 방안 의무화) 원칙’이 아직도 국회에 정착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았던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주요 쟁점법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야당에 끌려다닌 것을 후회했다. 강 의원은 “한 사람이라도 반대해 합의가 안 되면 법안이 절대 통과되지 않는 구조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며 “국회가 국민의 손목을 잡아 앞으로 끌고가는 게 아니라 발목을 잡은 셈”이라고 말했다. 장정은 새누리당 의원도 “현재 새로운 입법을 준비 중인데 법안 처리 속도가 너무 늦어 걱정”이라며 “당리당략에 따라 법안을 논의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김(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처럼 특별한 리더십이 있는 인물에 기대 대화와 타협을 이루던 시대는 지났다”며 “국회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리당략에 따라 소신껏 일하지 못한 ‘초선의 한계’도 성토 대상이 됐다. 이들은 국회 상임위원회 중심의 정치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은 “초선은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못하다 보니 거수기에 불과하다”며 “국회 상임위원장은 3선이 맡는 등 국회가 능력에 따라 자리를 맡는 게 아니라 선 수로 자리를 나눠 갖는다”고 비판했다. 강석훈 의원은 “정의보다 관계가 국회를 지배하는 문화가 힘들었다”며 “(정치 선배들과의) 관계를 의식하기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충실했어야 하는데 타협한 것 같아 반성한다”고 말했다.

여야 공방의 ‘입’ 역할을 했던 대변인들도 정치권의 열악한 환경을 지적했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어린이 성폭력 대책을 매만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국회에 왔는데 지내면서 보니 (상임위를 배제하고) 당 지도부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며 “이럴 거면 원내지도부만 국민이 뽑으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은혜 더민주 의원은 “야당이 내부적으로 의견 조율이 안 돼 국정 파트너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당내 분열과 갈등 상황이 아프다”고 말했다.

서영교 더민주 의원은 “야당도 경제를 살려야 할 임무가 있는데 정권의 책임이 크지만 야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주 더민주 의원은 “(당내) 민주적 리더십을 먼저 확보할 필요가 있는데 당내 상황이 아쉽다”며 “당 지도부 결정을 잘 따라주는 문화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필/은정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