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 폐회일인 9일 여야 모두 당내 문제에 집중하면서 경제 활성화법 처리를 위한 치열한 막판 협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본분인 법안 처리는 뒷전에 밀어두고 계파정치에 몰두하는 정치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 원내지도부와 긴급히 만났다. 새누리당은 쟁점 법안 처리에 대한 합의 이행을 주장했지만 야당은 ‘합의 후’ 처리에 방점을 찍으며 맞섰다. 여야는 결국 임시국회 개최 여부도 확정하지 못하고 협상을 마무리했다. 여야는 정 의장 중재로 본회의 중간에 다시 한 번 협상을 시도했으나 끝내 결렬됐다.

정 의장은 오는 15일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거부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자청해 “당내 문제를 국회 절차까지 끌고 들어온 야당의 비정상적, 비상식적 행태는 중단돼야 한다”고 새정치연합을 비판했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야당 원내지도부는 연락이 끊기고, 해당 상임위 야당 측은 우리가 알 바 없다며 ‘폭탄 돌리기’ 비슷하게 나온다”고 협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원 원내대표는 전날 밤 추가협상을 위해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를 찾아갔으나 이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표와 야간 설전 중이어서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처리는 무산됐지만 각 당내 계파 만남은 활발했다. 여권 내 친박근혜(친박)계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이날 세미나와 송년 오찬을 열었다. 본격적인 공천 룰을 앞두고 전열 정비 차원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50여명의 의원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새정치연합은 당무위원회에서 ‘안철수 혁신안’을 두고 주류와 비주류 간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대여 협상 책임자인 이 원내대표는 당무 거부 논란으로 당내 혼란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임시국회 일정 및 정기국회 법안 처리는 이날 야권의 관심 이슈가 되지 못했다.

청와대는 이날 밤 법안 통과 무산과 관련, 정연국 대변인의 서면 논평을 통해 “정기국회 마지막 날 하루 만이라도 정치적 논란을 내려놓아 달라는 국민적 기대와 열망을 저버린 행위로 국회 스스로 입법 기능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