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와 전격 회동하고 노동개혁 법안의 연내 처리, 경제활성화 법안 및 테러방지법안의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를 당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와 전격 회동하고 노동개혁 법안의 연내 처리, 경제활성화 법안 및 테러방지법안의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를 당부하고 있다.
與지도부 50분 만나 노동·경제입법 당부 "(경제) 죽기 전 치료해야"
"끙끙 앓는데 '먹어라먹어라' 한다고 병낫나.


체질부터 고쳐야"
"청년들 학수고대하는 서비스법, 국회에 1천437일째 발목잡혀"
"얼마나 테러감행하기 만만한 나라 됐는가…野 비협조 이해안돼"
"기간제법, 파견법 이름 잘못 지어 여러 오해있어"

박근혜 대통령은 7일 노동개혁 5대 법안의 처리를 강조하면서 법안처리가 지연될 경우 경제도 일자리도 다 죽는다는 취지로 "죽기 전에 치료하고 빨리 살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와 50분간 회동을 갖고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법안처리 지연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와 원 원내대표를 만나자마자 "정기국회 내내 애를 많이 쓰셨다"고 격려했고, 김 대표는 웃으며 "애만 많이 쓰고 뭐 별로 시원치않아서…"라고 답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힘든 과정에서 고생 많이 하셨는데 경제살리기도 골든타임이 있는데 이를 놓쳐버리면 기를 쓰고 용을 써도 소용이 없다"며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법, 테러방지법안의 필요성을 조목조목 설명해 나가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한숨만 쉬면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가"라며 "경제살리기가 어렵다는 걱정을 백날하는 것보다 경제활성화·노동개혁 법안들을 통과시키면 어느새 경제가 살아나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법안처리가 경제살리기의 첫걸음임을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맨날 일자리 걱정만 하면 뭐하느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면 70만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청년들이 학수고대하며 법통과만을 기다리는데 오늘까지 1천437일째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다"고도 했다.

노동개혁 법안에 대해선 "아들 딸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부모 세대한테는 안정된 정년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라며 "이것도 또 늦어지면 다죽고 난 다음에 살린다 할 수 있겠느냐. 죽기 전에 치료하고 빨리빨리 좀 살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에 대해선 "야당에선 대기업에 혜택을 주는 법 아니냐고 하는데, 공청회를 거치고 여론을 수렴해가며 사전방지 장치를 갖췄다"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끙끙 앓는데 계속 '먹어라 먹어라' 한다고 병이 낫겠느냐. (경제) 체질을 우선 고쳐야 한다.

선제적으로 빨리빨리 구조조정을 해야 경제체질이 튼튼해지지 않겠느냐. 이것(원샷법)도 늦어지면 소용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법안처리의 당위성을 조목조목 설명해가던 박 대통령은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뭘 했냐, 도대체' 이렇게 국민이 바라보지 않겠는가.

우리가 할 도리를 해야 되겠다"며 목소리 톤을 높여 '국민여론'의 엄중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기본적으로 테러방지법조차도 없는게 세계에 알려지면 얼마나 테러를 감행하기 만만한 나라가 되겠는가"라며 "국민안전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야 하는 정치권, 국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하루가 급하다.

어디 예고하고 테러가 터지는가"라며 "기본적인 법이 없으니 외국과 국제 공조도 못하는 기막힌 사정"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 발언이 끝나자 김 대표는 "야당이 협조를 안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테러방지법이 제정안돼 사고가 나면 야당책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맞장구를 쳤다.

원 원내대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G20(주요 20개국) 국가 중에서 3개 국가만 테러방지법이 지정되지 않았는데, 그중 한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호응했고,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IS가 지목한) 테러대상국"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원 원내대표는 "제가 별명을 새로 얻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스토커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도장을 받으러 졸졸졸 따라다니고 있다"라고 농담하자 박 대통령은 웃으면서 "만나기가 그렇게 힘든가"라고 묻기도 했다.

회동이 끝난 뒤 김 대표와 원 원내대표는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굉장히 답답함을 많이 토로했다"며 "절박하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하는 분위기였다"고 소개했다.

특히 김 대표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이름을 잘못지어 여러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근로자를 위한 법인데 왜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지에 대해 굉장히 답답한 심정을 많이 말씀하셨다"고 소개한 뒤 "우리 모두 그렇게(이름을 잘못 지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전날 야당이 반대하는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각각 비정규직 고용안정법과 중장년 일자리법으로 바꿔 부르며 법안 처리의 당위성을 부각시킨 바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김 대표와 별도로 10분 정도 독대했지만, 청와대와 김 대표는 구체적인 대화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박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개각과 관련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김 대표와 원 원내대표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현혜란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