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합·통합의 큰 뜻 이어가겠습니다” >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부인 손명순 여사가 휠체어를 탄 채 장남 은철씨(뒷줄 오른쪽 다섯 번째), 차남 현철씨(여덟 번째) 등 가족들과 함께 헌화와 분향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 “화합·통합의 큰 뜻 이어가겠습니다” >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부인 손명순 여사가 휠체어를 탄 채 장남 은철씨(뒷줄 오른쪽 다섯 번째), 차남 현철씨(여덟 번째) 등 가족들과 함께 헌화와 분향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민주화 운동의 ‘거산(巨山)’,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6일 오후 국회 잔디광장에서 유족과 측근, 정계 인사, 일반 시민 등의 애도 속에서 엄수됐다. 이날 오후 1시30분께 빈소인 서울대병원을 출발한 운구차는 오후 2시께 슬픔을 가득 싣고 영결식장인 국회에 도착했다. 최연소 국회의원, 최다선(9선) 의원, 최연소 야당 총재 등 한국 헌정사의 기록 제조기였던 김 전 대통령은 이렇게 슬픔과 애도 속에 마지막으로 국회에 등원했다.

◆‘눈물의 영결식’

김 전 대통령 서거 닷새 만에 치러진 영결식은 ‘서설(瑞雪)’이 내리는 가운데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오후 2시부터 1시간20분 동안 거행됐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묵념, 고인의 약력 보고에 이어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조사와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추도사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황 총리는 조사에서 “오랜 세월 우리 국민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해 오신 대통령님의 갑작스런 서거에 황망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며 “우리 모두는 무겁고 애통한 마음으로 대통령님을 추모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추도사에서 “1993년 2월25일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에 취임한 후에는 군사조직 척결, 공직자 재산등록제, 금융실명제, 지방자치제의 전면 실시 등 경이적인 민주개혁을 과감히 단행했다”며 “군사독재 체제의 누적된 폐해를 혁파하고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공고히 한 역사적 결단이었다”고 강조했다.

추도사 내내 눈물을 꾹 참던 김 전 의장은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작별인사를 건네는 대목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현철씨는 영결식 시작부터 눈시울을 붉히더니 김 전 대통령의 생전 영상이 나오자 고개를 떨구고 오열했다.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교의식과 김 전 대통령의 생전 영상 시청, 헌화를 마친 뒤 추모 공연으로 고성현 한양대 성악과 교수와 구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가곡 ‘청산에 살리라’를 합창했다.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가장 좋아한 곡으로 유족 요청에 따라 선곡됐다. 영결식 마지막에는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조총(弔銃) 21발이 발사됐다.

◆한파 속에도 7000명 참석

이날 영결식에는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던 손명순 여사가 애통한 표정으로 좌석 맨 앞줄에, 그 오른편으로는 장남 은철·차남 현철씨 등 유족이 앉았다. 손 여사 왼편에는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등 5부 요인이 자리를 잡았다. 전직 대통령 중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참석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여야 대표들은 이들 옆에 앉았다. 거동이 불편한 김 전 대통령의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도 맨 앞줄에 앉았다. 뒷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와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 김덕룡 전 의원 등 김 전 대통령을 따랐던 ‘상도동계’ 인사들이 앉았다.

당초 1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고 마련한 영결식장 좌석은 곳곳이 비어 7000명가량 참석한 것으로 주최 측은 추산했다. 한낮의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고 찬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가 뚝 떨어진 탓이다.

오후 3시30분께 영결식을 마치고 출발한 운구차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김 전 대통령 자택과 내년에 완공될 예정인 ‘김영삼 기념도서관’을 지나 안장식이 열리는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