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24일 고(故)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아산의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24일 고(故)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아산의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거산·巨山).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아산·峨山). 지난 22일 서거한 거산과 25일 탄생 100주년을 맞은 아산의 삶이 한국 사회의 활로를 밝혀줄 화두로 재조명받고 있다. ‘통합과 화합’ ‘불굴의 기업가 정신’이 그것이다.

거산과 아산은 살아온 길은 달랐지만 불굴의 정신으로 역경을 헤쳐 나갔다는 점에서 아주 닮았다. 거산은 군부정권에 맞서 민주화의 대업을 이뤄 나갔다. 마지막에는 ‘통합과 화합’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이 땅을 떠났다. 다툼과 정쟁으로 국가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정치가 통합과 화합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의 길을 열어주라고 주문하고 있다.

아산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선소를 건설하고 중동에 진출했으며 자동차를 생산하는 등 개척자 정신을 온몸으로 구현했다. 그가 보여준 기업가 정신은 탄생 100주년을 맞아 활력을 잃은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밝히는 지표로 떠올랐다. 거산이 남긴 ‘통합과 화합’, 아산이 남긴 ‘기업가 정신’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계승하느냐에 따라 한국 사회의 진로가 결정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거산의 국가장을 주관할 장례위원회가 24일 구성됐다. 보수·진보 인사를 총망라해 2222명으로 구성한 ‘통합·화합형’ 장례위원회다. 이날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는 아산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범(汎)현대가 인사와 구본무 LG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해 아산의 기업가 정신을 기렸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간 거산, 설레는 가슴으로 아침을 맞았던 아산.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불굴의 개척자였던 당신들을 잊지 않고 영원히 그리워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