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집권시절 1991년 12월 특구 지정후 외자 유치 부진

북한이 '나선(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나선경제특구)'을 지정한 지 24년 만에 나선경제특구 개발계획 완결판을 내놓은 것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집권 이후 처음이자 36년 만인 내년 5월 열리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나선경제특구와 관련한 제도 정비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외자유치와 개발에 나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나선(나진·선봉) 일대에 대한 특별관리에 나선 것은 김일성 주석의 집권기인 1991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은 당시 '정무원결정 74호'를 통해 함경북도 나진시와 선봉군의 일부 지역을 자유경제무역지대(경제특구)로 지정했다.

나진항, 선봉항, 청진항은 자유무역항으로 지정됐다.

중국의 경제특구를 모방한 것으로, 외국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경제특구를 개발하고 이를 북한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었다.

특히 북한은 나선경제특구를 지정할 당시 이곳이 중국·러시아 국경과 맞닿아 있어 동북아시아의 물류 거점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은 1995년 나진시와 선봉군을 합쳐 나진·선봉 직할시로 승격시키는 등 나선특구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는 북한의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대내적으로 외국자본의 유치에 필요한 인프라 미비와 관련 정책의 비효율성 등이,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불신 등이 실패 원인으로 꼽혔다.

나선경제특구는 2010년을 전후해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2009년 10월 당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북을 전후해 북중 간의 경제협력강화, 같은 해 12월 김정일 위원장의 나선시 시찰 등이 이어지면서 안팎의 시선이 쏠렸던 것이다.

이듬해 1월 북한은 나선직할시를 특별시로 승격시키고 투자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나선경제무역지대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활성화 노력도 잠시였을 뿐 나선특구는 지정된 지 24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번에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은 더 이상 나선지역을 '무늬만 특구'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집권 이후 다양한 개혁개방 정책을 도입했던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이번 시도가 성공할 경우 북한도 본격적인 개방의 물결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만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