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 이행지침 승인…美 210화력여단 한강이북 잔류 재확인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세부계획 서명…'사드' 논의 안해

한민구 국방장관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2일 제4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무력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수립했다는 데 일차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이를 위해 한반도 유사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파괴하는 '4D 작전개념 이행지침'을 승인했다.
 한민구 국방장관(오른쪽)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 관련 기자회견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민구 국방장관(오른쪽)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 관련 기자회견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4D는 미사일의 탐지(Detect), 교란(Disrupt), 파괴(Destroy), 방어(Defense)를 의미한다.

한미는 또 작년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46차 SCM 이후 공동으로 수립해온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세부계획에 서명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 구비'를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 재확인했다.

◇ 4D 이행지침 승인…작전계획으로 발전 가능성
한미가 이날 SCM에서 4D 작전개념 이행지침을 승인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 공동의 대응 작전을 정교화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4D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 계획을 수립하고 유사시 탐지, 추적, 파괴하는 일련의 작전개념이다.

북한 미사일을 군사위성과 고고도무인정찰기(글로벌호크) 등 감시·정찰(ISR) 전력으로 탐지하고, 지상에 배치된 조기경보레이더와 해군 이지스함이 운용하는 SPY-1 레이더로 추적하며, 패트리엇(PAC)-3 등으로 요격하는 개념이다.

감시·정찰수단으로 탐지한 북한의 차량 탑재 이동식발사대(TEL)와 지상에 배치된 미사일을 공격해 파괴하는 것도 4D 작전개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4D 작전개념은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2013년 11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미 양국의 공동 전략으로 이 개념을 언급하면서 국내에 알려졌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SCM에서 4D 작전개념이 승인됨에 따라 계획발전, 연습발전, 능력발전 등 분야에서 한미 공동의 노력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향후 4D 작전개념이 작전계획으로 발전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미는 이번 SCM에서 한국군의 대화력전 수행 능력에 대한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주한미군의 핵심 화력부대인 210여단이 한강 이북에 잔류한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한미는 이번 SCM 공동성명에서 "검증이 완료되면, 주한미군의 대화력전 수행 전력은 캠프 험프리 기지(평택)로 이전할 것"이라며 "한민구 장관은 개전 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한국군의 대화력전 능력을 2020년경까지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한국군 완전히 주요능력 가질 때 전작권 전환"…2020년대 중반 전망
한미는 한국군이 한반도 방위 능력을 갖출 때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전작권 전환 세부계획에도 서명했다.

양국은 ▲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확보 ▲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 구비 ▲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등 작년 SCM에서 합의한 전작권 전환의 조건도 재확인했다.

나아가 카터 미 국방장관은 한국군이 한반도 방위를 위해 미군이 단독으로 수행하는 임무를 감당할 수 있게 됐을 때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카터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늘 우리가 승인한 전작권 전환 계획에는 구체적인 조치가 매우 세부적으로 나와 있다"며 "두 가지만 예를 들면 첫 번째는 한국군이 지휘통제 또는 정보능력과 같은 추가적인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 포함돼 있다.

두 번째는 포격에 대응하는 능력을 한국이 확보해야 한다는 세부적인 능력이 나와 있다"고 밝혔다.

카터 장관은 "미군이 단독적으로 수행하는 임무를 이제 한국군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그 능력을 갖추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그래서 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시간을 들여서 한국군이 완전히 이러한 주요 능력을 가질 때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그러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확보 시점을 고려할 때 전작권 전환시점은 2020년대 중반으로 예상된다.

◇방산협력체 신설 합의…카터 "KF-X 프로그램 적극 지지"

이번 SCM에서 한미 양국은 '방산기술전략협력체' 신설에도 합의했다.

SCM 공동성명은 이 기구에 대해 "양국의 방산기술전략 및 협력에 대한 협조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 국방부·외교부, 미국 국방부·국무부가 공동 주관하고 유관 부처가 참여하는 전략적 수준의 협의체"라고 설명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카터 장관을 만나 설치에 합의한 양국 방산기술협력 워킹그룹을 더욱 구체화한 것이다.

이 협의체에 참가하는 '유관 부처'에는 방위사업청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협의체 운영을 위해 TOR(운영세칙)을 만들 것"이라며 "TOR이 체결되면 의제를 포함해 협의체의 운영 방식이 구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의체는 KF-X 사업을 포함해 한국 방위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들을 다룰 예정이다. 현재 미 국무부가 심의 중인 KF-X 21개 기술의 한국 이전 문제도 이에 포함된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협의체에서는 차관급 이상의 고위 관리가 양측 대표를 맡게 될 것"이라며 "기존 채널보다 포괄적이고 효율적인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카터 장관은 이날 SCM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KF-X 사업에 대한 강한 지지의 뜻을 밝혔다.

그는 "미국은 KF-X 프로그램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라며 "이 협의체를 통해 한국과 방산기술협력을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카터 장관은 미국이 지난 4월 KF-X 4개 기술 이전을 거부한 데 대해서는 "미국 법에 따르면 한국 측에 특정 기술을 이전하는 데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 카터 "사드, 논의되지 않아"…'日자위대 北 진입'엔 원론적 입장

한미 국방장관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논란과 관련해서는 이번 SCM에서 협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이번 SCM에선 사드와 관련한 것은 의제가 아니었고, 현재 그 문제는 전혀 협의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카터 장관도 "(이번 SCM에서 사드는) 논의된 바 없다"면서 "어떠한 새로운 능력도 마찬가지겠지만, 그것은 미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한미) 동맹이 결정할 것"이라며 "미국은 사드도 동맹의 입장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터 장관은 일본 자위대의 북한 지역 진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원칙론적 입장을 밝히며 한일 간 논란과는 거리를 뒀다.

그는 '일본이 북한 지역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때 한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한미, 미일 동맹은 국제법을 기반으로 한 동맹"이라며 "국제법 안에는 각 국가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점도 포함돼 있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이어 "미국은 북한의 도발에 관한 모든 문제는 동맹의 관점에서 해결하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카터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한국보다는 일본 쪽에 기울어진 인식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놨다.

정부는 북한도 헌법상 한국 영토라는 점에서 일본 자위대가 북한에 진출할 경우 우리측의 요청과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일본은 우리측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은 채 '국제법'과 '주권'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선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이 한국의 영역을 '휴전선의 남쪽'으로 한정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