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관계가 다시 한 번 고비를 맞고 있다. 10년간 갈등과 협력을 반복해온 두 사람의 관계가 20대 총선 룰을 두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에 들어간 모습이다.

두 사람은 2005년 옛 한나라당 대표와 사무총장으로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뒤 갈등과 협력을 반복해왔다. 한때 ‘친박근혜(친박)계의 좌장’으로까지 불렸던 김 대표였지만 2010년 세종시 수정안 처리를 두고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멀어졌다. 김 대표는 2012년 19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같은 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대선을 지휘해 박근혜 정부 탄생에 기여했다.

김 대표는 2013년 4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복귀한 뒤 “수평적인 당·청 관계”를 내걸어 당 대표에 선출됐지만 중요한 고비 때마다 박 대통령의 뜻에 따랐다.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청와대가 반발하자 하루 만에 뜻을 접었다. 지난 6월 국회법 파동 당시 박 대통령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맞서자 박 대통령 편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 대표의 태도가 다르다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내년 총선뿐만 아니라 2017년 대선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김무성 대선 불가론’이 나온 데 이어 자신이 정치개혁의 상징으로 내놓은 국민공천제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김무성 흔들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김 대표 측의 인식이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1일 교통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김무성 대선 불가론’을 다시 한 번 불 지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로서는 더 밀리면 대권 가도는 물론 정치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번에 밀리면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도 잃을 것이기 때문에 배수진을 쳤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김 대표가 정면으로 맞선 가운데 김 대표는 유 전 원내대표처럼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 전 원내대표는 당내 기반이 약했지만 김 대표는 김성태 김학용 강석호 등 탄탄한 재선급 의원들이 측근으로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로서도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기반을 탄탄히 하려면 당으로 주도권을 넘겨줄 수 없다. 이 때문에 ‘청와대·친박 대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 대결 구도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