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함 50여척 기지 이탈…포병 전력도 2배 늘려
방송 기자도 군복, 공장 근로자들도 군복 입은 채 근무

북한이 23일 전쟁 분위기 띄우기에 나선 것은 판문점에서 제2차 고위 당국자 접촉에 나선 자국 대표단의 협상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체 잠수함 전력(77척) 중 70%인 50여척을 동·서해 잠수함 기지에서 이탈시켜 위치가 식별되지 않은 수중으로 기동시키고 있으며, 최전방에 전개한 포병전력도 2배 이상 늘려 사격 대기 상태로 전환했다.

또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도 이날 기자들이 군복을 입은 채 방송에 나서도록 하는 한편 군복을 입고 일하고 있는 원산구두공장 근로자들의 모습을 내보내는 등 전쟁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조선중앙TV 보도에 따르면 원산구두공장 한쪽에는 남한을 겨냥해 "침략자들을 무자비하게 징벌하고 조국통일 대업을 이룩하자"는 문구가 적힌 칠판이 놓여있었으며 작업대 한쪽으로 전투배낭의 모습도 보였다.

현장취재에 나선 기자 또한 군복 차림이었다.

군복을 입은 채 마이크를 든 기자는 "이 공장 노동계급은 전투동원태세를 갖추고 남조선괴뢰 군부 호전광들의 무분별한 전쟁도발 책동을 단호히 짓부술 결사항전의 의지와 치솟는 적개심으로 가슴을 꾸리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원산구두공장의 장승호 지배인은 인터뷰에서 "모두가 한손에 총을 쥐고 전쟁 열의에 들떠 있는 남조선 군부 패당의 무리에 철추를 안기는 심정으로 오늘 생산계획을 150%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전국 각지의 청년학생들이 잇따라 입대 지원 모임을 열고 있다면서 인민군 입대와 복대를 탄원한 청년이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선동하기도 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00만 청소년들의 심장이 복수의 일념으로 펄펄 끓고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20일 긴급소집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에서 21일 오후 5시를 기해 전방군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면서 공장과 기업소, 협동농장 등 단위까지도 준전시체제로 전환시켰다.

이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남북 고위 당국자들이 판문점에서 제2차 접촉을 하는 와중에 북한이 전쟁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것은 협상에 참여한 자국 대표단의 협상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