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해법이 옳았다"…대북 단호대응·대화기조 이어갈 듯
위기관리위원장에 박지원…당 리더십 회복에도 도움될 듯

북한의 잇따른 도발 국면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 해법을 제안했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전격 성사된 고위급 접촉이 마라톤 협상으로 이어지자 신중한 태도를 태도를 보이면서도 고무된 모습이다.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에 준전시상태 선언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한반도 긴장국면이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됐고 진통이 있지만 남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 측에선 이를 계기로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에서 내건 '남북 경제통일구상'이 힘을 얻는 동시에 '안보정당'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기대도 느껴진다.

문 대표는 지난 20일 서부전선 포격전 이후 '엄정한 대응'과 '남북 간 대화'의 투 트랙 접근법을 제시하며 '강력한 응징론'에 방점을 찍은 여당과는 차별화된 목소리를 냈다.

그는 포격 도발 이튿날인 21일 북한이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명의로 관계개선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점에 주목하면서 정부가 조건없는 고위급 접촉 제안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새누리당은 "상황 인식이 비정상적이어도 한참 비정상적"이라고 비판했지만 문 대표는 "대화를 통해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유연한 대응도 필요하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동시에 의원총회를 열어 북한의 포격도발을 규탄하는 당 차원의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북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대북 대화 제의가 해법찾기를 위한 것"이지, 북한에 굴복하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려 했다.

뿐만 아니라 문 대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여야 대표 회동을 제안해 22일에는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석한 '2+2 회동'을 성사시켜 북한의 도발 중단과 당국 간 대화 촉구라는 합의문을 끌어내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까지 치달았던 이번 사태가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양상이 되자 결국 문 대표의 해법이 맞아떨어졌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문 대표 측은 "문 대표가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거치며 축적한 수많은 위기 관리 경험이 이번에 진가를 드러냈다"며 "단호한 대응 외에 대화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어야 남북문제가 해결될 수 있음을 문 대표가 잘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 측은 일단 고위급 접촉 결과를 지켜보자면서도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함께 남북 대화를 동시에 강조하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또 고위급 접촉이 성과를 거둔다면 남북문제의 초점이 위기 수습을 넘어서 관계 개선에 맞춰질 것이라고 보고, 문 대표가 주창한 '경제통일'을 필두로 한 한반도 평화 해법 제시에 적극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문 대표 측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계파갈등 등 당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신하고 4·29 재보선 패배 이후 시달려온 리더십 논란을 불식시키는 계기로 삼으려는 기대도 엿보인다.

문 대표가 2·8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겨룬 뒤 자신과 대립각을 세워온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게 당내 한반도 위기 관리 태스크포스격인 안보위기관리위원장을 맡긴 것이 단적인 예다.

여기에다 당 내부적으로는 주승용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직 복귀의사까지 밝힘에 따라 문 대표로선 호남·비주류 의원을 껴안는 모양새까지 갖춰져 당내 갈등에서도 한결 부담을 덜어낸 인상이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