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지·유명산 평소 수준 나들이객…회담엔 기대 속 '귀 기울여'
접경지 동요 없는 대피 일상, 생업 걱정도…'사재기 현상' 없어


북한의 포격 도발 후 남북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시민들은 차분하고 담담하게 막바지 휴가철 휴일을 즐겼다.

남북의 군사적 대치 상황을 타개할 남북 고위급 회담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회담 결과에 기대감을 나타내며 회담 진행 상황과 군사적 움직임을 시시각각 전하는 뉴스 속보에 관심을 보였다.

일요일인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에는 무더운 날씨를 피해 시원한 강바람을 쐬려고 나온 인파로 북적거렸다.

특히 마포대교 아래 그늘에는 강한 햇살을 피해 가족이나 연인 단위로 텐트를 친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무료 물놀이장인 '물빛공원'에는 수영복 차림의 아동들이 물장구를 치며 막바지 더위를 식혔다.

인근 여의도공원에서도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더위를 식히거나, 자전거를 대여해 타고 다니는 이들이 많았다.

이러한 시민들의 표정에서 두려움이나 근심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여의도공원에서 만난 한재민(40·자영업)씨는 "불안한 마음을 완전히 누를 수는 없지만 어제부터 남북 고위급이 회담을 하고 있으니 양측이 접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한강시민공원에 더위를 식히러 나온 양승택(63)씨는 "북한에서 도발을 한다고 하지만 우리의 군사력이 북한을 압도하는데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옛날처럼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분위기는 확실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씨의 말처럼 접경지는 물론 전국적으로 '사재기'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 따르면 북한의 포격도발 후인 20∼22일 주요 생필품의 판매는 일주일 전인 13∼15일과 비교해 오히려 소폭 감소하는 등 특이점이 없었다.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은 평소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찾아 휴일을 즐겼다.

전날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시민은 모두 3만5천 명으로, 주말 평균 3만 명에 비해 오히려 방문객이 늘었다.

이날도 오전에만 1만1천 명이 방문했다.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방문객 수로 보면 북한과 관련한 흉흉한 소식이 나들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종로구 경복궁에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매표소에는 줄이 끊이지 않았고, 그늘진 곳마다 따가운 햇볕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몰렸다
관람객들은 양산과 선글라스, 모자 등 저마다의 색깔로 햇살을 피하며 고궁을 구경했다.

고궁 답사 수행평가를 위해 경복궁에 찾은 손모(17)양은 "더워서 오기 귀찮았는데 막상 오니까 궁도 예쁘고 수문장 교체식도 처음 봐 기분이 좋다"며 "북한 도발 뉴스는 봤는데 전 세계가 우리나라 편이니 전쟁이 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복궁 주차장 직원 한모(59)씨는 "평소 주말에 차량이 700∼800대가량 오는데, 오늘은 추세로 봐서 800대를 넘길 것 같다"며 "날씨가 좋아서인지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다"고 말했다.

광주 패밀리랜드와 용인 에버랜드, 안동 하회마을, 세종 세종호수공원 등 전국 유원지에도 가족 단위 관광객이 몰렸다.

지리산, 월악산, 속리산, 계룡산, 마니산, 대운산 등 전국 유명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계곡에 발을 담그며 가는 여름을 아쉬워했다.

극장에도 적지 않은 시민들이 찾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토요일인 전날 하루 99만5천70명이 전국 극장을 찾았다.

광복절이자 토요일인 지난 15일 138만8천825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8월 첫 토요일인 1일 59만7천282명보다 많았다.

반면 수온이 낮아지며 이날을 끝으로 문을 닫는 강원도의 92개 해수욕장에는 전날 평년보다 감소한 11만 명이 찾았고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도 지난 주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5만 명에 그쳐 비교적 한산했다.

전날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인천 옹진·강화, 경기 김포·파주·연천,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의 주민 2만900명은 또 하루 대피생활을 시작했다.

주민들은 새벽까지 이어진 마라톤 회담에 귀를 기울이며 상황이 악화될까 밤잠을 설치면서도 이날 재된 협상에서 남북이 접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들은 별다른 동요 없이 차분함을 유지했지만 이날 오전 피곤을 호소하며 대부분 귀가했다.

접경지 주민들의 생업 걱정은 피하지 못했다.

민통선 출입과 서해 5도의 조업이 사흘째 중단되며 일부 주민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고속도로는 평소 주말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오늘 하루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은 375만 대로 예상한다"며 "어제와 오늘 모두 차량이 급격하게 줄거나 늘지 않은 평균적인 소통량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채두, 전승현, 이종민, 장영은, 황봉규, 강종구, 이은파, 박영서, 전창해, 김용민, 이대희, 이효석, 최종호)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