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대상자 검토 착수…기업인·정치인 포함 여부 '관심'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특별사면을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사면 절차와 대상에 관심이 쏠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복절 특사가 이뤄지면 작년 설 명절에 이어 취임 후 두번째로 사면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작년에는 서민 생계형 사범을 중심으로 5천900여명이 사면을 받았다.

박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를 공식 언급함에 따라 법무부도 관련 검토에 착수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 행사를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

사면법 제10조 2항은 법무장관이 대통령에게 특사를 상신하기 전에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규정한다.

법무부에 설치된 사면심사위원회는 법무부 소속 인사들로 채워지는 내부 위원 4명과 민간 위원 5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법무장관이 맡는다.

현재 내부 위원으로는 김현웅 법무장관과 김주현 법무차관, 안태근 검찰국장, 이금로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등이 참여한다.

외부 위원에는 이충상·김수진 변호사, 유광석 백석대 교수, 배병일 영남대 교수, 박창일 건양대의료원장 등이 위촉돼 있다.

외부 위원은 임기가 2년이며 한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법무장관은 위원회의 심사·의결을 통해 정해진 사면 대상자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통령 재가를 받게 된다.

이후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확정·공포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광복 70주년이라는 상징성과 집권 3년차 국민 통합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이번 특사가 작년 설 명절 특사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특사의 최대 관심사는 재벌 총수와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사면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사면권 제한 원칙을 엄격하게 지켜왔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고위 인사들에 대한 무분별한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며 국민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게 박 대통령이 견지한 '사면관'의 원칙이다.

하지만 대내·외적 경제 여건이 어렵고 국가 통합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이번에는 이런 원칙을 깨고 지위고하를 떠난 포괄적인 사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박 대통령이 이날 특사의 필요성을 주문하며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꼽은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박 대통령은 작년 설 명절 특사 전에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제외하고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해서만 특사를 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특사가 이뤄진다면 재계에서는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과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대상자로 분류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항소심 판결 후 대법원 상고가 이뤄져 일단 이번 사면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정치권의 경우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이명박 정부 인사들과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정봉주·홍사덕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경제 회생과 국민대통합이 이번 특사의 범위를 결정짓는 키워드로 보인다"며 "주요 기업인은 물론 부정부패에 연루된 일부 정치인도 특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번에도 사면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사회지도층 인사 사면에 부정적인 여론 지형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칙을 뒤집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사 로비 의혹이 불거진 지난 4월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사면은 예외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며 "특히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성 전 회장 의혹을 계기로 사면권 행사의 요건과 절차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지시하기도 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이 사면권에 대한 원칙을 강조한 지 넉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과거 정부처럼 '면죄부 주기'식 사면을 답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 지도층 인사의 사면을 배제하거나, 설사 한다고 해도 여론을 살펴 최소한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