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되고 처음 일본 찾은 윤외교 "기쁘다" 일성

일요일인 21일 오후 5시30분 도쿄 미나토(港)구의 일본 외무성 이이쿠라(飯倉) 공관.
한일 외교 실무수장 자격으로 6번째 만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취재진 수십명 앞에서 악수하며 옅은 미소를 띠었지만 긴장감은 숨기지 못했다.

그 만큼 한일관계가 중대한 국면에 와 있기 때문인 듯 했다.

다음날 한일수교 5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양국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느냐, 계속 긴장과 갈등을 이어가느냐가 상당 부분 이날 회담의 조율 결과에 달려 있다는게 관측통들의 분석이었다.

한국 외교장관으로서 4년만의 일본 방문이자, 다자회의를 계기로 하지 않은 '순수' 한일 양자 외교장관회담으로는 양국 현 정부 출범 후 처음이라는 점 등 이날 회담은 양국이 서로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의미가 적지 않았지만 회담장의 공기는 '화기애애' 보다는 '팽팽한 긴장' 쪽에 가까웠다.

이런 분위기 속에, 양측은 통상 언론 앞에서 덕담 수준의 인사말과 회담의 의미 등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를 주고받는 모두(冒頭) 발언 시간을 예외적으로 생략한 채 곧바로 논의에 들어갔다.

하네다(羽田)공항, 숙소인 호텔, 회담장인 이이쿠라 공관 등 이날 오후 방한한 윤 장관이 이동하는 곳마다 일본의 우익인사들이 진을 친 채 확성기로 시위를 벌여 최근 3년간 악화일로를 겪은 한일관계의 현주소를 체감케 했다.

현장마다 10명 안팎이었던 우익 인사보다 몇배 많은 경찰관이 배치돼 질서를 유지했다.

2013년 4월 도쿄를 방문할 예정이었다가 그 직전 있었던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무상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이유로 방일을 취소한 윤 장관은 "기쁘다"는 말로 장관 취임 후 첫 일본 방문의 소감을 피력했다.

그는 공항에서 도쿄의 숙소로 이동한 뒤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힌 뒤 "국교정상화 50주년 행사가 내일인데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와 우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어 의미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개인적으로 직접 도쿄에 와서 기시다 외무상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데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고 부연했다.

또 윤 장관은 일본 산업혁명 시설의 세계 문화유산 등재 문제에서 일본이 한국 측 요구를 일부 수용할 것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가 이날 오전 나온데 대해 "의견이 접근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신중한 전망을 내 놓았다.

한편, 회담이 일요일에 열린데는 최근 집단 자위권 법제화를 둘러싼 일본 국회에서의 공방이 격화하면서 기시다 외무상이 평일에 회담을 갖기 여의치 않았던 점 등이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