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서 남성 최초 여성학 명예 박사학위 받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일 남성과 여성의 지위를 2030년까지 50대 50으로 평등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세계교육포럼 참석차 방한 중인 반 총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명예 여성학 박사학위를 받고 수락연설을 하며 "여성에 대한 존중은 기본이며 이제는 더 나아가 진정한 평등이 실현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유엔의 단결된 외침이며 이를 행동으로 뒷받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여성에 대한 폭력 종식운동, 양성평등, 여성인권 신장, 평등한 기회 보장 등 정책 추진으로 여성 권익 증진에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아 명예박사로 선정됐다.

이대에서 여성학 명예 박사학위를 받은 남성은 반 총장이 최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양성평등의 진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더디고 격차가 있는 현실을 언급하며 "변혁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무보수 돌봄 노동과 가사노동 부담을 2.5배 더 지고 있다"며 "이는 금전적 가치가 엄청남에도 그 진가가 잘 드러나거나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도외시하면 세계는 발전할 수 없다"며 "여성은 하늘의 절반을 지탱하는 존재들이므로 이들에게 대등하거나 더 많은 기회를 마땅히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취임했을 당시에는 유엔 역사상 고위직 여성이 소수에 불과했으나 오늘날 유엔 평화사절의 3분의 1이 여성"이라며 "이처럼 여성이 성공한 덕분에 유엔은 임무 수행의 최적임자가 많은 경우 여성임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 근대 최초의 여성 국가지도자이지만 한국을 이끈 최초의 여성은 아니라면서 "약 1천400년 전 신라 선덕여왕이 한국을 통치했다는 사실에 한국은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교육·보건 분야에서 한국 여성들은 오늘날 평등을 누리지만 남성과 동일한 정치·경제적 권한을 누린다는 의미의 평등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타까운 것은 한국 여성들이 협상 테이블이나 중역 회의실보다 교실에서 더 환영받는다는 점"이라며 "이제는 한국 여성들이 정부와 기업에서 요직을 맡도록 제2의 물결이 일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평소 '한국 여성들이 왜 골프에 능한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밝히고 "답은 간단하다.

최고의 골프선수는 균형감각과 타이밍, 힘이 완벽하다.

한국 여성들이 가정 예산을 관리하고 하루 시간표를 잘 짜며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말미에 유관순 열사를 언급한 반 총장은 "여러분은 유 열사의 용기에서 힘을 얻어 평화와 진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며 "인권을 수호하라. 불의를 규탄하라. 모두를 위한 보다 나은 세상을 요구하라"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