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병세 외교장관이 17일 오후 한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비공개 만찬장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병세 외교장관이 17일 오후 한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비공개 만찬장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추가 제재' 압박 강화…한반도 긴장 격화 우려
케리 "한국 승인않는 행동 절대 안 이뤄져"…미일가이드라인 적극해명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18일 한미 외교장관회담과 공동기자회견은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한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에 맞춰졌다.

무엇보다 북한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윤 장관이 "이번 회담에서 최근 북한이 핵, 미사일, 재래식 수단 등을 동원해 다양한 방식으로 제기하는 위협과 도발의 심각성뿐 아니라 최근 전개되는 북한 내부 정세의 유동성과 불확실성에 주목했다"는 언급이 한미가 현 정세를 어떻게 보는지를 대표적으로 말해준다.

북한은 지난 4월 말 한미 연합군사연습 종료 후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도발 위협에 이은 NLL 북쪽 해상에서의 실제 포사격 감행 등 잇따른 위협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북한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숙청한 것도 북한의 예측가능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북한이 위협수준을 넘어 실제 도발을 행동으로 옮기면 한반도 정세는 더욱 통제 불능 상황으로 갈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한미는 이날 강력한 대북공조를 과시함으로써 북한이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케리 장관은 "한미는 북한의 어떤 위협에도 완전히 결단력 있게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윤 장관도 "한미간 대북 정책 공조와 연합억지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한미는 이와 함께 북한과 대화의 문은 열어놓으면서도 북핵 문제와 북한의 인권상황 등과 관련해 대북 압박의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한미는 특히 SLBM 시험발사를 북한의 핵보유 의지와 관련해 더욱 심각하게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SLBM은 지상에서뿐 아니라 수중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통한 핵 투발 수단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다층적 '핵카드'를 갖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을 제외한 한미 등 6자회담 5개 당사국은 핵활동 중단과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 등 6자회담 재개 조건에 공감대를 형성, 북측에 이를 전달하고 진정성을 떠보기 위한 탐색적 대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북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케리 장관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과 최근 잇따른 위협, 북한의 인권 등을 "북한의 악행"이라고 거론하며 "우리가 북에 대한 국제압력을 더욱 가중시켜 행동의 변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인권 상황과 관련해 "김정은에 대해 ICC(국제형사재판소) 회부에 대해 결정이 내려진 바는 없다"면서도 "그런 회부로 나가고 있다", "(제재 강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등 강한 톤의 언급을 쏟아냈다.

케리 장관은 특히 구체적으로 중국을 거론하며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 지도부가 (북한의) 대화하려는 시도를 거부했다"고 전하고, 중국이 무역 및 국경 관련 조치로 대북 제재에 나서고 있다면서 "중국의 어떤 행동을 했는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미는 한편으로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부각시켰다.

윤병세 장관은 "우리의 동맹이 최상의 상태에 있다는 것은 진실이지만 더 할 일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6월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한미동맹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도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새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등으로 미일동맹이 급속히 강화되면서 일각의 한미동맹 상대적 위축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장관이 "케리 장관이 한일 정상간 접촉 및 대화 등 역내 양자관계 개선과 지난 3월 한일중 외교장관회담 개최 등 동북아 평화·협력에 기여하기 위한 한국 측의 외교적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힌 것도 국내 일각에서 제기됐던 '외교 고립' 비판을 우회적으로 반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케리 장관은 한일간 과거사 갈등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이 자제심을 갖고 대처하고 계속 대화하며 서로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면서 원칙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일 신 안보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무단 진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이 승인하지 않는 행동은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려를 불식하는 데 주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