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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지명부터 취임까지 가장 짧았던 게 25일
인선 지연되면 새 총리 취임은 6월까지로 넘어갈 수도
공공·노동 등 4대 개혁·경제활성화 적기 놓칠 우려

'국정 2인자'의 부재속에 국무총리 대행체제라는 비정상적 국정운영이 최소 한달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정과제 추진과 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을 허송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초 올해는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는 해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도는 해인 터라 주요 개혁 과제 추진의 적기로 예상했다.

유권자들의 단기적인 '표심'에서 다소 거리를 둘 수 있고, 기득권을 가진 이해 집단의 반(反) 개혁적 저항을 버텨낼 정치적 인내심을 발휘하기에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국정 개혁의 기관차 역할을 해야 할 국무총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함으로써 개혁의 '적기'를 '호기'로 활용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조직법상 서열 3위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총리 대행체제'는 아무리 짧아도 한달 이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에서 귀국하는 오는 27일 차기 총리 후보자 인선을 신속하게 진행하더라도 인사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한다면 과거 사례로 볼 때 새 총리는 5월말이 되서야 취임하게 된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였던 김용준 후보자가 낙마(2013년 1월29일)하면서 정홍원 전 총리가 후보자로 지명되고 취임(2013년 2월26일)하기까지 29일이 걸렸다.

또 지난해 4월27일 세월호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 전 총리의 경우 후임으로 지명된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가 잇따라 사퇴하면서 사의 표명 61일만(6월26일)에 다시 유임되기도 했다.

정 전 총리의 유임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발탁된 이완구 총리의 경우도 지명(1월23일)에서 취임(2월16일)까지 25일이 소요됐다.

만약 차기 총리 후보 인선이 지연될 경우에는 새 총리 취임과 국정정상화는 6월까지로도 넘어갈 수 있다.

잇딴 총리 낙마사태가 벌어졌던 지난해 청와대에서 총리 후보자가 될 만한 인사는 다 알아봤으나 마땅치 않거나 당사자들의 고사했다는 말도 들리고 있어, 박 대통령이 후보자 물색부터 원점에서 해야 하는 관측도 있는 마당이다.

이는 현재의 어정쩡한 총리 대행 체제가 당분간 계속되면서 비정상적 국정운영 시스템이 길어진다는 얘기다.

문제는 비상 체제가 가동되는 현재의 시기가 '쇠는 뜨거울 때 두드려라'는 말처럼 각종 개혁 과제들의 성패가 좌우되는 그야말로 금쪽같은 시간들인 '골든타임'이라는 점이다.

박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8월)을 앞두고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구조 개혁 및 경제활성화 추진을 위한 적기의 처방이 필요한 때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정치권에 이견이 없다.

특히 4대 개혁의 핵심인 노동·공무원연금 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도 지난달 17일 국무회의에서 "4월 중 첫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다른 개혁 과제도 잘 풀려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양대 개혁에서 진전을 이루고 이를 다른 분야로 확산한다는 박 대통령의 구상이 일정대로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여의도 국회의 민생·경제 살리기 및 개혁입법 심의가 사실상 멈추면서 '잊히거나 묻힌 이슈'로 격하되고 있고, 여기에 이를 다시 굴려갈 동력을 주입할 행정부 컨트롤 타워도 사실상 부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 공무원연금 특위와 연금개혁 실무기구 모두 여전히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여야가 합의한 5월 6일 처리 시한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또 노사정 대화 결렬에도 불구, 고용노동부는 노동 개혁을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으나 노동계의 반발에 직면하면서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노총은 24일 총파업까지 예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야는 지난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사업법', 무상보육 지원을 위한 지방재정법, 관광진흥법, 주거복지기본법, 생활임금법(최저임금법) 등을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그대로 진행되기 어려운 분위기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성완종 파문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4대 국정 혁신과제는 전혀 추진을 못 하는 상황이며 공무원연금 개혁도 5월6일 통과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이 총리의 사의 표명과는 별개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살아있는 이슈로 굴러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정치개혁 차원의 엄정한 수사를 당부한 만큼 검찰의 고강도 사정과 야당의 반발까지 예상되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의 세월호 인양 약속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논란의 원만한 해결 지시에도 시행령 폐지를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 등의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국정 컨트롤 타워로서 총리의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 2주 연속으로 국무회의에서 사회봉을 잡은 의장인 국무총리의 목소리를 없었다.

지난 14일 이완구 총리도 그랬고, 21일 총리 대행 역할을 맡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생략했다.

국무회의에서의 모두발언이 잇따라 생략된 것은 초유의 사태이다.

각각의 행정부를 묶어내는 목소리가 부재하다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나라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우선 대통령은 믿을 수 있는 총리부터 빨리 임명해야 하며 대통령과 우리 공직자 모두 정치 생명을 걸고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우선 불거진 문제들을 정확히 처리하고 그다음으로 옮겨가야 한다.

이것을 자꾸 확산시키려고 하거나 희석하려고 하지 말고 문제들을 정확히 처리해야 한다"면서 "피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김연정 배영경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