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앞줄 왼쪽 세 번째),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새누리당 의원·왼쪽) 등과 함께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해 해역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앞줄 왼쪽 세 번째),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새누리당 의원·왼쪽) 등과 함께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해 해역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필요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이른 시일 내 선체 인양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남미 순방 출국에 앞서 이날 사고 해역인 전남 진도 팽목항에 들른 박 대통령은 현장에서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정부는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관련해선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됐고 민관 합동 진상 규명 조사위가 출범해 곧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피해 배상이나 보상도 제때에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세월호의 고통을 딛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길에 나서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면서 “갑자기 가족을 잃은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 아픔이 지워지지 않고 늘 가슴에 남아서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제 삶을 통해 느껴왔다”며 “좌절은 희망을 잃게 하고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지만 우리 스스로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 1년간 겪었던 슬픔에 좌절하며 그냥 주저앉아 있을 수 없다. 이제 모두 함께 일어나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일에 힘을 모아 나가자”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낮 12시께 팽목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팽목항 분위기는 차가웠다.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에 항의하는 뜻에서 분향소를 임시 폐쇄하고 팽목항을 떠난 뒤여서 박 대통령은 가족들과 만나지 못했다. 당초에는 가족들을 만나 위로한 뒤 준비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박 대통령은 현지에 차려진 분향소에 들러 헌화와 분향을 하려고 했지만 가족들이 테이블과 실종자 사진 패널로 입구를 막아 이마저도 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분향소 옆에 있는 실종자 가족의 임시 숙소를 둘러본 뒤 방파제로 이동했다. 방파제 주변에는 ‘세월호를 인양하라’ ‘대통령령 폐기하라’ ‘박근혜 정부 규탄한다’고 적힌 플래카드가 여러 장 걸려 있었다. 박 대통령은 수행한 장관들과 청와대 참모들을 앞에 둔 채 바다를 뒷배경으로 미리 준비해간 대국민 발표문을 읽었다.

박 대통령은 발표문을 낭독한 뒤 팽목항을 떠났다. 청와대는 팽목항과 경기 안산 분향소 방문 등 여러 가지 안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팽목항에서 돌아온 뒤 오후 4시30분께 첫 순방지인 콜롬비아로 향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