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30일 회고록과 함께 출간한 에피소드북 ‘오늘 대통령에게 깨졌다’에서 회고록이 출간되기까지 얽힌 뒷얘기를 공개했다.

에피소드북에는 2014년 8월18일 이명박 정부 당시 장관과 수석 등을 지냈던 20여명이 강원 영월의 한 숙소에 모여 2박3일간 초고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인 일화가 소개됐다. 이 자리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회고록의 제목을 뭘로 할지부터 정치 외교 경제 등 분야별 내용을 어떻게 보강할지를 놓고 집중토론을 벌였다. 경제 분야를 논의할 때는 참석자들의 강한 개성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았던 강만수 전 장관은 “초고에 환율과 감세 등 내가 밀어붙였던 정책들이 가볍게 취급됐다”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이 “아직도 그때 감정이 덜 풀렸구먼”이라고 말해 웃음바다가 됐다.

경제 분야 핵심 성과를 환율과 감세정책에 둘지, 아니면 세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 둘지를 놓고는 강 전 장관과 윤증현 전 장관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경제외교 이슈를 놓고선 경제팀과 외교팀 간 설전이 오갔다.

에피소드북에는 또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이 전 대통령이 중병에 걸렸지만 외부에 알리지 않고 병색을 감추기 위해 화장했던 일화도 적혀 있다. 김두우 전 수석은 “구체적인 병명은 해외 출판 시 문제가 될 것을 감안해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기까지 한국 재벌가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 감정 표출을 극도로 자제했다는 대목도 나와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승계 문제에 관여하는 것으로 비쳐질까봐 정 전 회장의 아들 누구와도 차 한잔 따로 안 했으며 “대통령이 되기보다 현대그룹 2인자가 되는 게 험난했다”고 언급한 부분도 소개됐다.

이 전 대통령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와의 다자간 정상회담에서 수영복을 입은 여성을 그려 보여주면서 “수영복이 짧아진 이유는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농담한 일화를 회고록에 넣고 싶어했으나 그림을 찾지 못해 수록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실렸다. 회고록이 외교·안보 분야를 주로 다룬 이유에 대해 김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가 (외교·안보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국가정보원이나 외교부 등의 상층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전임 정부에서 이 부분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정확하게 알려야 했다”고 답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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