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모임취소…친박은 "김무성 정신못차려" 발톱
김무성 '수첩파동'에 일단 침묵…친박 29일 세미나 주목


새해 들어 새누리당 계파간에 드리워진 한랭전선이 걷힐 줄 모르고 있다.

김무성 대표의 '수첩 파동'으로 당청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다 '상하이발 개헌론', '당권 사유화' 논란,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청와대 쇄신론 등 지난해부터 계파 갈등을 촉발했던 요인들이 제거되지 않은 채 '휴화산'처럼 똬리를 틀고 있어서다.

일단 김 대표는 청와대 행정관의 'K·Y 배후설' 발설 의혹에 대해 일절 문제 삼지 않고 있다.

여당대표로서 '격'에 맞지 않아서이지 할말이 없어서는 아닌듯하다.

청와대 역시 문제의 행정관을 즉각 면직처리하며 봉합 수순에 들어갔으나, 김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게 공개적인 유감표시는 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와중에 친이(친 이명박)계를 포함한 비박계도 일단 '자제 모드'에 들어간 분위기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친이계 최대 모임이었던 '함께 내일로'는 일찌감치 잡았던 15일 신년 만찬을 취소했다.

원래 이군현 사무총장이 모임을 주재하려 했다는 점에서 최근 일련의 갈등을 고려한 현 당권파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모임 소속 의원은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순수한 신년회 성격이었지만 당 안팎이 시끄러운데 우리까지 모임을 열면 분란을 더욱 키울까 싶어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오는 2016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칼자루를 쥐게 될 현 당권파에 대한 친박(친 박근혜)계의 견제는 팽팽하다.

유기준 의원을 비롯해 친박계 의원이 주축이 된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오는 29일 국회에서 세미나를 개최한다.

남북관계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는 홍사덕 민주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강연자로 연단에 선다.

홍 의장은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대표적 친박계 인사다.

앞서 포럼은 지난해 11월에는 역시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강연자로 초청했다.

이 때문에 정례 행사라고는 하지만 지난 연말 대규모 송년회를 열고 김 대표의 당 운영을 비판했던 포럼이 새해 들어 다시 한번 결속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또 1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는 약속이나 한 듯 서청원 이정현 김을동 등 친박계 인사 3명이 나란히 불참했다.

서 최고위원은 일본을 방문하는 등 서로 다른 개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계파 갈등의 여진이 남은 미묘한 시점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정현 최고위원은 전날 이재오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인 터였다.

김 대표를 포함한 비박계에 대한 불신 또한 여전하다.

한 친박계 의원은 "당내 누가 소수인지 모르는 것 같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전날 김 대표가 신년 회견에서 친박계가 반대하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에 대한 질문에 "당내에 소수지만 강한 반대 있기 때문에 강행할 생각은 없다"고 한 데 대한 반응이다.

또 'K·Y 배후'가 적힌 수첩이 언론에 공개된 것도 미심쩍게 보고 있다.

고의든 아니든 김 대표 스스로 당청 갈등의 빌미를 스스로 제공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친이계로 김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수평적이고 건강한 당청 관계를 위해서는 청와대 비서진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면서 "청와대 사람들이 김 대표를 계속 삐딱하게 쳐다본다면 참는다, 참는다 인내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친박계의 공세가 수위를 넘어서면 반격에 나서겠다는 '경고장'이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