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 요구에 특보단 신설 등 소통채널 강화에 방점
김기춘 당장 교체않되 시스템개편때 교체가능성 남겨
개각도 소폭 시사…3년차 국정운영 스타일 변화없을 듯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이른바 비선실세 문건파동의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집권 3년차 신년기자회견에서 다양한 정국현안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회견에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낳은 문건유출 파문에 따른 청와대 인적쇄신 및 소통요구는 물론, 구조개혁과 경제혁신, 남북 및 한일관계 등 국정현안 전반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제시했다.

이번 회견에 관한 국민의 관심은 직전에 발생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항명파동'까지 겹치면서 김기춘 비서실장은 물론 '문고리 권력' 논란을 빚은 비서관 3인방 등 핵심측근들을 박 대통령이 과연 쇄신대상에 올려 국정운영 방식에 일대 전환을 줄지 여부에 쏠렸다.

세간의 여론도 이날 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인적쇄신 요구에 부응할지가 집권 3년차의 명운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쪽에 모아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국정운영은 좀 더 소통을 강화하되 논란이 된 최측근 3인방을 내치지않고 국면전환용 개각도 단행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다만 김기춘 비서실장을 정점으로 한 청와대 비서실은 더욱 소통하는 구조로 바꾸면서 특보단 신설 등 시스템개편을 추진하는 것으로 현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처방을 제시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는 박 대통령이 측근들을 내치라는 여론의 요구에 떼밀리기 보다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국정운영을 서서히 변화시키며 구조개혁 등 집권 3년차 핵심과제의 추진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박 대통령은 일단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핵심 비서관 3인방에 대해서는 무한 신뢰를 확인하며 정치권의 교체요구를 일축했다.

"세 비서관이 묵묵히 고생하며 자기 맡은 일 열심히 하고 그런 비리가 없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이번에 대대적으로 뒤지는 바람에 '진짜 없구나' 하는 걸 나도 확인했다"면서 "그런 비서관을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 두게 하면 누가 내 옆에서 일하겠느냐"고 박 대통령은 말했다.

하지만 김 실장에 대해서는 "당면한 현안이 많이 있어 그 문제 수습을 먼저 해야 하지 않겠냐 해서 그 일들이 끝나고 결정할 문제"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를 두고 청와대 내에선 김 실장을 일단 유임하되 개각과 특보단 구성 등 청와대 시스템 개편에 맞춰 김 실장이 물러나는 명예퇴진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는 당장 김 실장을 교체하기가 어려운 구조인데다 김 실장이 문건파문과 항명파동 등에 대해 지휘책임은 없는 만큼 당장의 문책성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을 "조작된 것"이라고 언급하고, 항명 파동에 대해서도 "항명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개각과 관련해서도 "해양수산부라든지, 꼭 개각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데를 중심으로 해서 검토를 해 나가겠다"고 말해 총리 교체를 포함한 중폭 이상의 개각보다는 소폭 개편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러한 박 대통령의 입장은 지난해말 정국을 강타했던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문건파문과 초유의 민정수석 항명 사태로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적인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요구를 '인색하게' 수용한 셈이어서 향후 정국에 험로가 예상된다.

야당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청와대 공직기강 시스템의 붕괴를 지적하며 '김기춘 책임론'이 거론된 마당에 박 대통령이 김 실장과 비서관 3인방에게 신뢰를 보낸 것은 일종의 `마이웨이식 행보'로 받아들여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국면전환용 인사도 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확인된 것은 향후 국정운영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의 회견에 대해 "절망과 불통의 자화자찬 회견"이라며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없고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늘어놓은 하나마나한 기자회견이 됐다"고 비판하며 당장 공세를 취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