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정치권의 개헌 추진 움직임과 관련, “지금 당장 개헌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 삶에 어떤 큰 영향을 미치고, 국민이 불편할 것은 없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어떻게 진행될지) 보지 않아도 자명하다”며 “경제 문제, 시급한 여러 문제는 다 뒷전으로 가버리고 갈등 속에서 계속 개헌논의만 하다 보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개헌은 국민적인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개헌으로 모든 날을 지새우면서 경제활력을 찾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작년 10월6일 정치권에서 제기한 개헌논의 필요성에 대해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한다”며 반대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한 데 이어 이날 재차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경제 회복이 중요한 지금 개헌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한 것이지 개헌 자체에 대해 반대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선긋기에도 불구하고 개헌논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정치권 내 목소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작년 10월15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상하이발(發) 개헌 발언’이 논란을 빚은 이후 여당 내 개헌 추진 움직임은 다소 주춤해졌지만, “당장 올해 개헌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 실정에 맞는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다양한 의견수렴은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작년 말 여야 의원 1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개헌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81.1%가 ‘그렇다’고 답했다. 개헌 관련 이상적인 권력구조 개편 방향에 대해선 ‘미국식 대통령 4년 중임제’ 의견이 40.5%로 가장 많았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