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가 절정에 이른 지난달 26일 오후 7시께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 주변 상가 음식점들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한 고깃집은 좌석이 절반도 차지 않았다. 10년 넘게 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주인은 “행정자치부가 저녁 송년회를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예약 전화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취재현장에서 확인한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는 꽤 심각한 양상이었다. A부처 국장급 간부는 “‘공무원은 모조리 관피아고 복지부동을 하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국민에게 심어지면서 우리도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아내까지 걱정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B부처 과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개인적인 술자리에서라도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며 “그때만큼 참담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술자리를 가졌다는 이유로 공무원뿐만 아니라 일부 기업인, 연예인들도 구설에 오르던 시절이었다.

공무원들이 민간에 비해 과도한 연금을 받으면서 국가재정을 축낸다는 지적에도 ‘가슴앓이’이다. 연금개혁의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공무원사회 전체를 ‘세금 털어먹는 집단’으로 몰아가는 데 공직에 회의감을 느낀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연금 개혁으로 향후 수령액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공무원들이 앞다퉈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중앙부처보다 지방자치단체의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시와 25개 자치구의 명예퇴직자는 31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137명 대비 80%가량 증가했다. 다른 지자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행자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정년·일반·명예퇴직자에게 지급된 공무원 퇴직수당은 1조8400억원에 이른다. 2013년 전체 퇴직수당 지급액(1조2788억원)보다 40%가량 증가했다. 외환위기로 공무원들의 대규모 명예퇴직이 시행된 1999년(4조6000억원) 이후 두 번째로 많다.

때문에 공공 서비스의 질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떠날 생각만 하는 공무원들이 제대로 행정서비스를 하겠느냐”며 “비판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공무원을 죄인인 마냥 몰아붙이는 분위기는 누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