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터넷 사이트가 23일 오전 1시부터 다운됐다가 약 11시간 만에 복구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소니픽처스를 해킹한 북한에 “비례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지 나흘 만이다.

접속 장애가 발생한 곳은 북한의 공식 도메인 ‘.kp’를 사용하는 웹사이트 대부분이다.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대외선전 매체를 비롯해 북한이 운영하는 기업과 관공서 사이트가 모두 먹통이 됐다.

반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가 운영하는 조선신보 등 친북 매체는 접속이 원활했다. 북한이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가 집중 공격당한 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1일부터 평양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했고 22일 오후 9시부터 평양시내 휴대폰 3G망과 인터넷망이 모두 끊겼다.

정부는 접속 장애 원인이 외부 해킹 때문인지, 북한의 자체 시스템 점검 차원인지 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이번 사건을 주도했을 가능성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파악할 길이 없다”고 했다. 버나뎃 미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북한의 상황과 관련해 특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북한 정부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대응 조치 일부는 가시적일 것이고 일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해 여지를 남겼다. 이번 사이버 공격처럼 공격 주체가 드러나지 않는 추가 조치를 통해 북한을 응징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인터넷이 마비된 배경에 대해 미 네트워크 보안업체 클라우드플레어의 매튜 프린스 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북한이 미국의 보복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스스로 네트워크를 끊었거나, 미국의 ‘협조 요청’을 받은 중국이 차이나유니콤을 통해 북한을 외부로 연결하는 인터넷망을 차단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미국 등 외국 정부나 제3의 해커들이 공격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실제 국제해커집단 어나니머스는 작년 4월부터 북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계속해왔다.

전예진 기자/워싱턴=장진모 특파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