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내각 인사청문회] 신상털기식 청문회 여전…일부 의원 '송곳 정책질의' 돋보여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을 이끌 후보자 8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이번주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청문회에서도 각 후보자의 자격이나 전문성 검증보다는 ‘신상털기’식 도덕성 검증이 주를 이뤘다는 비판이 나왔다. 후보자의 사전 자료 제출과 관련, 청와대 등 관계기관의 협조 부족으로 청문회가 지연되는 등 제도적 문제점도 노출했다.

10일 열린 김명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자정까지 표절 및 제자 논문 가로채기, 내부자 거래를 통한 주식 투자 등의 의혹을 놓고 지루한 공방만 이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씀하신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는 게 10시간 이상 이어진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교육정책과 관련해 한 유일한 발언이었다.

이런 와중에 일부 의원은 ‘송곳’ 같은 정책 질의로 장관 후보자의 전문성 검증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최 후보자의 청문회는 여야를 불문하고 개인 신상 문제보다는 경제정책 검증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이 예리한 정책 질문을 퍼부어 최 후보자가 진땀을 빼도록 했다.

류 의원은 과거 최 후보자가 한 발언을 조목조목 되짚으면서 부총리 지명 후 수도권 규제완화 관련 발언과 환율 발언 취지 등을 따져 물었다. 류 의원이 “조세부담률이 낮은데 복지재정을 어떻게 확충할 거냐”고 묻자 최 후보자는 “복지와 세수 문제는 난제 중의 난제”라며 “재정 건전성을 저해해선 안 되기 때문에 많이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류 의원은 “심한 말인지 몰라도 원론적인 얘기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라며 “8조~10조원 정도 세수가 펑크날 가능성이 있는데, 그런 원론적인 답변을 계속한다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몰아붙였다.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세제개편 문제를 들고 나왔다. 최 의원은 “후보자는 직접적인 증세는 안 하고 비과세 감면 정비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재정을 확보하겠다고 하는데, 작년 비과세 감면 정비 실적은 3조원 안팎에 불과했고 세무조사 실적도 떨어졌다”며 “답은 나와 있다. 세제개편을 해야 한다”고 의향을 물었다.

이에 최 후보자는 즉답을 피한 채 “현재의 경제 상황을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돌파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경제위기 돌파 방안을 재차 묻자 “경제정책을 투트랙으로 가져갈 것이다. 우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단기적으로 재정 스탠스를 확장적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답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전병헌 새정치연합 의원의 활약이 돋보였다. 전 의원은 “24년째 시행되고 있는 요금인가제는 사실상 우리나라에만 있는 사전 규제”라며 “요금인가제 폐지를 통해 보조금 경쟁에서 요금 경쟁과 서비스 경쟁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후보자의 생각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이에 최양희 후보자는 “전 의원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요금인가제 폐지에 동의한다는 답을 끌어낸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래부의 입장과 반대되는 것으로 최양희 후보자는 오후에 부랴부랴 입장을 번복했다. 장관 후보자로서 준비 부족을 드러내면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