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잇단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과정에서 불거진 인사검증 부실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26일 정홍원 총리 유임을 발표하면서 인사시스템 개편 방향도 동시에 공개했다. 개편 방향의 핵심은 인사수석실 신설이다. 그동안 청와대 인사위원회(위원장 김기춘 비서실장)와 민정수석실 중심의 자체 검증 시스템이 부족했다고 보고 별도 조직을 신설, 인사라인을 보강하겠다는 것이다. 인사수석실은 노무현 정부 때 설치됐다가 지난 정부에 없어진 이후 6년 만의 부활이다.
[정홍원 총리 유임] 청와대 인사수석실 6년 만에 부활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설되는 인사수석실 밑에 인사비서관과 인사혁신비서관을 두어 철저한 사전 검증과 우수한 인사의 발굴과 평가를 상설화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인사수석이 인재 발굴과 검증 관리 등을 총괄하며 인사위원회에서 실무 간사를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비서관실은 우수 인재를 꾸준히 발굴, 데이터를 축적한 뒤 인사 수요가 생길 때마다 상시 추천하는 역할을 우선적으로 맡는다. 그동안 후보 추천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이른바 ‘비선라인’을 통한 폐쇄된 인사라는 잡음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따라서 이를 차단하고 공개적이고 체계적으로 인재 풀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인사비서관실은 또 검증 시스템에서 걸러내지 못한 공직 후보자의 연설 동영상이나 글, 논문 등까지 세밀하게 찾아내 검증하는 작업도 수행한다. 그동안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은 평판 조회나 사전 탐문을 통한 여론 점검도 병행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만 인사비서관실은 발굴한 인재에 대한 공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본 검증에 주력하고, 개인 정보제공 동의가 필요한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검증을 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인사비서관은 인재 발굴과 추천을,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검증을 전담해 서로 견제와 균형을 갖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인사위원회 운영 틀은 그대로 유지된다.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국정기획·정무·민정·홍보수석이 고정 멤버로 참석하는 형태를 유지하되 인사수석이 간사를 맡게 된다.

개편 방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있지만, 청와대가 여전히 인사권을 독점하는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전 정부 청와대에서 인사를 맡았던 한 관계자는 “최소한 인재 후보 추천과정에서는 외부 전문가나 야권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 시스템 보강이 인사위원장인 김 실장으로 향하는 ‘책임론’을 완화해 김 실장을 유임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인사수석실 신설로 지난해 초 정부 출범 당시 표방했던 ‘작은 청와대’와 달리 비서실 조직은 ‘2실(비서실·경호실)9수석’에서 ‘3실(국가안보실 추가)10수석’으로 커지게 됐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