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로 박근혜 대통령의 인적 쇄신 일정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꼬일 대로 꼬인 상태라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교체 등의 일정이 상당히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치인 총리 급부상하나

청와대는 안 후보자의 사퇴 소식이 들려온 직후부터 후임 인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자가 검증 과정에서 낙마한 만큼 더욱 신중을 기해 후임을 찾아야 하므로 인선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권 관계자는 “보다 확실한 사전 검증을 거쳐 도덕성과 능력 등을 제대로 갖춘 인물을 찾아야 한다”며 “그만큼 후임 인선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후임 총리 인선 과정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1순위로 검토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아직 구체적인 후보군은 거론되지 않지만, 법조인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박 대통령이 김용준 전 후보자, 정홍원 현 총리, 안 후보자 등 3명의 법조인을 연속으로 총리 후보자로 내세운 데 대해 비판 여론이 많았는데, 안 후보자마저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여 낙마한 상황에서 법조인을 그 후임으로 기용하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관피아’ 개혁을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관료 출신 총리 후보자가 나올 가능성도 낮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치인 총리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인물이 총리직을 수행해야 하고, 정치인 출신들이 청문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며 “김무성·최경환 의원 등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꼬여가는 인적쇄신

개각은 후임 총리 인선이 마무리된 이후에야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신임 총리의 장관 인사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개각 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총리 후보자를 물색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기 때문에 개각 시점은 다음달 중순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자의 낙마로 인적 쇄신 폭이 더 커질 경우 개각은 더 지연될 수 있다.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등 교체 대상이 수십명에 달한다면 이들을 검증하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기존에 구상했던 새 내각 구성안을 원점으로 되돌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장 공석인 국가정보원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인선도 지연되는 분위기다. 여권에서는 이르면 28일 신임 국정원장과 국가안보실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인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