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6·4 지방선거 공천을 놓고 심각한 자중지란에 빠졌다. 당 대변인이 임명권자인 당 대표를 향해 “당을 떠나라”고 요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윤석 수석대변인 겸 전남도당위원장은 1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에게 “당을 떠나라”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전남도당이 이미 공천한 인사들에 대해 당 지도부가 최종 인준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당은 최근 광역의원 및 기초 단체장·의원 등에 대해 공천을 완료했으나 후보에서 탈락한 옛 안 대표 측 인사들이 도당위원장인 이 수석대변인과 박지원 의원이 ‘밀실 공천’을 자행했다고 강력 반발하면서 당 지도부가 최종 결정을 미뤄왔다. 이 수석대변인은 안 대표를 향해 “최적·최강의 후보를 내기로 한 만큼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당신이 가슴속에 품은 대통령 출마에 대한 기득권을 버리고 새 정치의 이상을 펼쳐보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이 수석대변인이) 지방선거 후보 공천과 관련해 여러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며 “김·안 대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묵묵히 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총에서는 이 수석대변인 이외 다른 의원들도 당 지도부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정청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이라면 무조건 부패한 세력으로 몰고 더 부패한 세력이 자기들의 몫을 챙기려고 생떼를 쓰는 걸 보면서 이젠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당 대표 퇴진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도 의총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전남도당에서 합의 처리했지만 최고위 회의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인준을 보류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기/고재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