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NLL 인근서 500여발 해상사격…北포탄 최대 3㎞ 우리해역 침범
軍, K-9 자주포로 대응사격…정부 "재도발시 강력 대응 만반태세"


북한이 31일 오후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5도 인근 북방한계선(NLL) 지역 7곳에서 총 500여발의 해안포와 방사포를 발사하는 대규모 해상사격훈련을 했다.

특히 이 가운데 100여발이 NLL 이남 우리 해역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군 포탄은 NLL 이남으로 최대 3㎞ 정도 넘어왔으며, 우리측 해상에 떨어진 포탄 100여발은 모두 백령도 동북쪽 해상에 집중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은 지난 27일 NLL을 침범한 북한 어선을 우리 해군이 나포한 곳이다.

우리 군은 북한군 포탄이 NLL 이남 해상에 떨어지자 백령도에 배치된 K-9 자주포(사거리 40㎞)로 NLL 바로 북쪽 해상으로 300여발의 대응 사격을 실시했다.

이는 NLL 이남 우리 해상에 떨어진 북측 폭탄 수의 3배 가량이다.

사거리 2㎞인 발칸포를 통한 우리 군의 위협성 대응사격도 수백 발 정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의 사격훈련이 끝난 직후 가진 긴급 브리핑에서 "북한군의 해상 사격훈련은 오늘 낮 12시15분부터 오후 3시30분께까지 7개 해역에서 8차에 걸쳐 진행됐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서북도서 지역의 경계태세를 상향 조정하고, 위기관리 체계를 즉각 가동시켰다"며 "전 지역에 경계 및 감시태세를 강화했고, 무기태세도 증강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우리 군은 북한의 이번 해상사격이 계획된 도발이며, 남북관계에 주도권을 갖고 NLL에 대한 우리 군의 수호의지를 시험하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우리의 정당한 대응사격을 빌미로 해서 우리 도서와 해역에 도발한다면 우리 군은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1차 사격은 북한이 우리 군에 통보한 7개 구역에서 동시에 진행됐지만 2차 사격부터는 백령도 동북쪽 해상(2구역)에서만 실시됐다"며 "NLL 이남에 떨어진 북한군 포탄은 모두 2구역으로 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이번 NLL 사격은 최근 로켓 및 미사일 발사와 앞으로 있을 수 있는 핵실험 등을 한 패키지로 한 것이 아니냐고 판단한다"고 언급, 군 당국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군은 이날 주로 황해도 남쪽 해안 및 도서 지역에서 해안포와 100㎜ 야포, 240㎜ 방사포 등으로 사격했고, 122㎜ 방사포는 이례적으로 각각 화력지원정 2척에 싣고 백령도와 연평도 북쪽에서 해상에서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북한은 이날 오전 8시께 서남전선사령부 명의로 우리 해군 2함대사령부로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서해 NLL 인근 해상에서 사격훈련을 한다고 통보했다.

군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백령도와 연평도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주민들은 긴급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오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북한의 도발 의도를 분석하고 우리 군 대응태세를 점검했다.

국방부는 NSC 회의에서 북한의 도발 유형을 30여개로 분류하고 유형별 대응태세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NSC 회의 직후 언론브리핑에서 "만일 북한이 재도발해올 경우 강력히 대응하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기로 했다"며 "향후 도발에 대비해 서북도서 지역뿐만 아니라 비무장지대(DMZ) 인근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도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50분께 북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북한은 서해 사격을 즉각 중단하라"며 "대한민국에 대한 모든 호전적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군정위는 또 "북한의 행위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라며 "유엔사-북한군 장성급 회담을 위해 본 통지문 수령 이후 2시간 이내에 유엔사가 북한군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군정위의 장성급 회담 제안에 북측은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 군은 북한군의 해상사격 훈련 중 무선통신을 통해 "도발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경고통신을 했고, 북측은 이에 대해 "우리는 우리 지역에서 정상적인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박성민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