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어…日 변화가 관건"
3국 정상회담 후 日 '도발' 계속시 후폭풍 가능성


한미일 3자회담 형식으로 한일 양국 정상이 내주 헤이그에서 대면키로 함에 따라 최악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일관계에 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양국 신정부 출범 이후에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만나면서 한일관계가 전환될 수 있는 물꼬는 텄다는 분석이 많다.

외교부 동북아 국장 출신의 조세영 동서대 국제학부 특임교수는 21일 "한일관계가 완전히 전면적으로 닫혀 있는 것은 우리한테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한미일 정상회담으로 숨통을 트는 것이 외교적으로도 균형이 맞다"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도 "경색 국면이 너무 오래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불리한 것이 많다"면서 "이런 기회를 적극적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핵 문제 등 안보 이슈를 의제로 한일 정상의 만남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안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양국간 고위급 교류는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사 문제와 양국간 협력 사안은 분리해서 대응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기는 하지만 아베 총리의 지난해 말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이후에는 과거사 이외의 다른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교류도 사실상 중단됐다.

이런 차원에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 등 정례 교류가 한미일 3국 정상회담 후속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일관계가 언제 전면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경색된 양국관계가 조금이라도 개선되려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본의 과거사 도발이 한일관계 악화의 근본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해도 한일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양국의 과제로, 특히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구체적인 조치를 하나의 잣대로 보고 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태도 변화가 행동으로 딱히 관측되지 않으면 한일관계의 진전 역시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의 도발이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계속될 경우 국내에서 "얻는 것도 없이 왜 일본과 만났느냐"는 후폭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

이미 한미일 정상회담 직후인 내달 초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내용의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데다가 야스쿠니 신사 춘계 예대제가 개최될 예정에 있는 등 일본의 과거사 도발 일정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또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고노(河野)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고노담화에 대한 검증 작업은 계속되는 등 아베 내각의 '고노담화 흔들기'도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다.

우리 정부가 한미일 정상회담과 한일 양자회담을 분리해서 대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조세영 교수는 "한미일 정상회의로 한일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실마리는 찾았지만, 한일 양자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일본이 고노담화를 계승한다고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딴소리를 하고 있고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로 또 한차례 홍역을 치러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